[단독]김만배 "이화영 선거에 8천만원 썼다"…이재명 측 로비 시도 정황

김만배 "이화영 선거 돕고 8천만원 사용"
"국회의원 보좌관도 2차례 만났다" 주장
이재명 측에 '사업 민원' 청탁 시도 정황
검찰, 구체적 진술 확보하고도 수사 미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팀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과거 민주당 정치인에게 선거자금 수천만원을 제공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해당 진술을 바탕으로 김씨가 이재명 전 성남시장(現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측에게 공영개발이던 대장동 사업을 민영개발로 전환해달라고 청탁하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도 수개월간 별다른 진척 없이 해당 부분에 관한 수사를 미뤄왔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만배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초창기이던 2012년 초 당시 제19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화영 전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8천만원 상당을 지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김씨의 대장동 사업 동업자인 남욱 변호사와 배모 전 기자가 2억원을 마련해 김씨에게 건넸고, 김씨가 그중 8천만원을 이 전 의원 선거자금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앞서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민주당 소속 A의원 측 B보좌관에게 2억원 전부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는데, 김씨는 더 나아가 실제 돈의 사용처로 이 전 의원을 지목했다. 김씨가 남 변호사로부터 건네받은 2억원의 구체적인 용처에 대해 검찰에 진술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의 구상에는 대장동 사업을 민영개발로 전환하는 데에 이 전 의원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같은 시기 2차례에 걸쳐 A의원 측 B보좌관과 만났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A의원은 대장동이 속한 경기 성남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인으로서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그는 이화영 전 의원과도 막역한 사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씨와 이 전 의원, B보좌관은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기도 하다.

이화영 전 의원
김씨는 이 전 의원과 A의원 측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대장동 사업의 결정권을 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접촉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실제 검찰 조사에서도 '이 전 의원에게 A의원을 통해 이재명 시장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씨는 'B보좌관에게도 이재명 시장 측에 민원을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제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이재명 전 시장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하자 경기도부지사로 발탁돼 이 전 시장을 보좌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 피의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성남 대장동 사업은 2010년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영개발을 포기하면서 민영개발로 전환됐지만, 같은해 10월 이 전 시장이 공영개발로 다시 바꿨다. 김씨 등 민간업자들로서는 이 전 시장을 설득해 다시 민영개발로 사업을 돌리는 것이 필요했다. 남 변호사와 배 전 기자가 목돈을 마련해 김씨에게 로비를 부탁하고, 김씨가 이 전 시장에게 접근하려는 목적에서 이 전 의원의 선거를 돕고 B보좌관을 접촉한 것이라는 의심이 합리적으로 설명되는 대목이다. 김씨가 청탁을 시도하고 2년반쯤 지난 2014년말 성남시는 대장동 사업을 공영개발에서 민·관합동개발로 전환했다.

검찰 수사팀이 김씨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확보한 시점은 지난해 12월쯤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사팀은 이후 반년 가까이 이 전 의원 등 로비 의혹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주요 정치인은 소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핵심 피의자의 구체적인 진술을 듣고도 수개월간 수사에 나서지 않은 건 통상적인 사건 처리에 비춰봐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사자들은 김씨의 청탁 시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김씨한테 선거운동 도움받을 일이 뭐가 있나. (선거자금 지원은) 개연성도 없고, 전혀 터무니 없는 이야기다"며 "김씨가 그냥 기자인 줄만 알았지 (대장동 사업)하는 사람인지는 전혀 몰랐다. 그 당시 이재명 의원은 알지도 못했다"고 반박했다. B보좌관도 "(김씨는) 전화번호도 없고, 한번 만나본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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