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는 바뀐다…'시행령 정치' 막자는 국회법 개정 논쟁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시행령‧시행규칙에 대한 수정‧변경 요청을 국회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잇달아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 정치를 막겠다며 한쪽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은 여야가 바뀔 때마다 서로 주장하는 방향이 서로 바뀌는 운명을 맞고 있다.
 

'시행령 정치' 막겠다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국회가 대통령령‧총리령·부령(시행령‧시행규칙)의 수정 또는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 발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이 발의하려는 국회법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검증단을 신설한 것이 추진 배경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위헌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편성권을 국회로 가져오겠단 주장만큼이나 반헌법적이며,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며 "거대 의석으로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다수당의 폭거"라고 반발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오히려 앞선 문재인 정부야말로 5년간 이같은 시행령 정치를 부적절하게 이용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여당 시절 입법부를 패싱한 사례를 양산하던 과오를 잊고, 야당이 된 지금 '정부완박'을 시도하며 헌법과 삼권분립을 운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주택법 시행령) 등 부동산 정책에서나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의무화(유아교육법 시행령), 최저임금을 계산에서 주휴시간 포함(최저임금법 시행령) 등 시행령을 통해 굵직한 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이 시행령 정치를 활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야당 시절 국민의힘도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반대로 국민의힘 역시 야당 시절에는 정부가 시행령을 이용해 입법취지를 우회하는 것을 비판하며 관련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2020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시행령 잠정안에 대해 "임기 2년도 남지 않은 정권이 '사법 직할부대' '괴물 시행령'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살아있는 권력은 앞으로 치외법권으로 둔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각종 시행령으로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려고도 했다.
 
당시 김현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 국회가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를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로 바꾼 것이다. 또, 이에 해당 장이 기한 내에 처리 결과를 보고하지 않을 경우 상임위가 본회의에 부의해 해당 행정입법의 효력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야당이던 한국당은 해당 법안을 연말 정기국회에서 중점 추진 법안으로도 고려했지만, 결국 여당인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은 야당이 된 민주당이 정부의 시행령 정치를 반대하면서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고 당시 야당이었던 현재의 국민의힘은 당시와는 다르게 해당 법안의 추진을 반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공수의 주체가 변경됐을뿐 주장하는 내용이나 논거는 같다는 뜻이다.

해당 개정안이 조만간 발의될 예정인 가운데 한 국회 관계자는 "민주당이 강하게 밀어붙인 이른바 검수완박 등 법안의 후속 처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과거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이미 여러 차례 검토를 거쳤고 마지막으로 현재 국회법 제98조의 2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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