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룰' 개정 두고 계파갈등 '점입가경'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당대회 룰 개정에 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이해관계가 갈린 계파끼리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전준위 위원장에 안규백…룰 개정 두고 친명 vs 친문

민주 전준위원장 안규백(왼쪽)·선관위원장 도종환 위촉.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민주당 비대위는 13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위원장에 4선 중진 안규백 의원을 위촉하며 본격적인 룰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선관위원장으로는 도종환 의원이 낙점됐다.

쟁점은 당대표 선출을 위한 투표의 비율 조정이다. 현행 전당대회 룰은 △대의원 40% △권리당원 45%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다.

이재명 옹립을 추진하는 친명계(친이재명계)는 여기서 권리당원과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강성 지지층이 많은 권리당원의 입김이 강해져야 이 의원에게 유리해서다.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중도 커야 이 의원의 대중적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다. 안민석 의원은 아예 대의원 제도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일부 소신파도 일반국민 투표 비중확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대의원이나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대폭 줄이고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50~70%까지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심을 더 철저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범친문계(친문재인계)는 전당대회 전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룰을 바꾸는 것은 '반칙'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내심은 친문계와 가까운 대의원 투표 비중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의원은 현역 의원을 비롯한 지역위원장이 임명하는 만큼 아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문계 의사가 반영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민심 반영을 위해 룰 변경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둘러싸고 계파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을 전망된다. 우 위원장은 13일 "어떤 비율을 고정불변으로 한 적은 없다"라며 투표 비중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파 해체하라" 요구에 우상호 "해체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본격적인 룰 개정 작업에 나서자 계파간 비난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은 이재명 의원의 당내 기반이 되고 있는 강성 초선 모임 '처럼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앞서 정세균계와 이낙연계는 지방선거 직후 계파 청산을 선언하며 모임을 해산했다.

그러나 처럼회 소속 김남국 의원은 "지금까지 계파 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 해체를 선언하면 잘못된 계파 정치 문화가 사라지나"라며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같은 갈등에 당내 중진들도 참전하면서 갈등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의원들의 대화 치고는 내용이 좀 쪼잔하고 찌질해 보인다"며 계파를 모두 청산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친명계 4선 우원식 의원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많은 국민들이 팬덤과 계파 때문에 민주당을 버렸다고 생각하나"라며 "계파 정치가 실패의 원인인 것처럼 너나 없이 해체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생뚱맞다"고 반박했다.

우상호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계파갈등의 확전은 경계했다. 그는 고위전략회의를 마친 뒤 "모임은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모인것이고 해체도 그들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모임 외 사람이 해체해라 마라 말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