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팜므파탈? 학대 극복한 비범한 여성…'마타하리'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무대로 옮겼다.

지난달 28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세 번째 시즌은 무희 혹은 이중 스파이 마타하리가 아닌 평범한 여인 마가레타 거르루드 젤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극중 마타하리는 남편의 성적 학대를 피해 무작정 파리로 도망쳐 온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우연히 안나를 만나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머지 않아 순수한 영혼을 지닌 프랑스군 소속 파일럿 아르망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인생이 순탄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 법. 세계적인 무희가 된 마타하리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인기가 시들해지고 급기야 프랑스 정보국 라두 대령의 집착과 질투로 인해 이중 스파이 혐의까지 뒤집어쓴다. 탕! 한 발의 총소리와 함께 마타하리의 인생은 막을 내리지만 안나와 아르망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마타하리의 옆을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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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다소 과한 설정과 군더더기가 아쉽지만 극의 서사는 '인간 마타하리'의 지난한 인생 여정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안나와의 관계를 통해 여성 서사를 강화한 점이 두드러졌다.

대본을 쓴 아이반 멘첼은 "성적학대를 딛고 이국적인 무용수로 거듭난 비범한 여성의 투쟁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여성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는 현 시대, 마타하리는 주변 남성이 지시한 삶 대신 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사는 것이 범죄가 됐음을 증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타하리'의 또다른 묘미는 춤이다. 무희 마타하리의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밸리댄스와 전문 무용수들이 마타하리의 소녀 시절 자아를 표현한 발레는 화려함과 순수함, 빨간색 의상과 흰색 의상의 극명한 대비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붉은 색조 무대는 벨 에포크 시대의 풍족함과 전쟁의 참혹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해 마냥 감탄할 수만은 없다.

2016년 초연, 2018년 재공연에도 참여했던 옥주현은 한층 깊어진 내면연기와 명불허전 고음으로 객석을 휘어 잡았다. 이홍기는 사랑에 직진하는 연하남같은 귀여운 매력이, 최민철은 선굵은 외모에 어울리는 묵직한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마타하리 역은 옥주현과 솔라(마마무), 아르망 역은 김성식(레떼아모르), 이홍기(FT아일랜드), 이창섭(비투비), 윤소호, 라두 대령 역은 최민철, 김바울, 안나 역은 한지연, 최나래가 캐스팅됐다. 공연은 샤롯데씨어터에서 8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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