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은 이준석 당대표가 남은 임기 1년은 당 개혁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당 혁신위원회 출범 이전부터 의제로 꼽히는 당내 의사결정 구조 개혁을 위한 '으뜸당원' 도입과 총선을 2년 남긴 시점에서 던진 '공천 룰' 개편은 이미 당내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라, 확실한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준석 당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선거 승리를 이끌기 위한 1년과 앞으로의 1년은 참 다를 것"이라며 앞으로는 여당으로서 국정을 뒷받침하는 일과 당원 민주주의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당원이 80만명으로 늘어난 것은 보수정당이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라며 "당원이 당비를 내면서 당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길을 열지 않으면 어렵게 구축한 당원민주주의의 틀이 다시 무너지고 결국 당대표와 일부 당직자들이 모든 의사결정구조를 독점하는 세상이 다시 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차기 총선 공천에 특정인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당 내 현안에 관심이 많은 당원들의 의지를 실제 당내 주요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위해 '으뜸당원'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 이 대표가 주장하는 당 개혁의 핵심이다.
다만, 총선 공천은 정치 생명줄이 달린 사안이고, 평당원들을 관리하며 현안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일선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의 권한처럼 여겨져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언급처럼 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당 공천을 독점하려 한다"거나 "과거 대의원 제도처럼 으뜸당원에게 권한을 추가로 부여한다는 이야기라면, 각종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애초에 현 당 대표가 만들어 둔 제도를 차기 당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백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혁신위 출범 이전에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위원 인선마저 답보 상태인데, 혁신위가 내놓은 안이 지속가능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은 "당 대표 임기 중에는 이것저것 할 수 있겠지만, 당원들에 대한 의견 수렴이 부족할 경우, 결국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공직후보자 자격 시험(PPAT)이라는 시스템에도 지방선거 공천에 다양성이 확보됐다고 보기는 힘들고, 집권당의 당 대표에게는 정부 정책을 돕는 것에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지 않냐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르면, 이번주 출범이 예정된 혁신위는 최고위원회의 구성원과 최재형 위원장 추천 인사를 합쳐 15명 안팎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최고위 추천이 늦어질 경우 이 대표와 최 위원장 추천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사당화 논란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우려가 재차 제기될 수 있다.
일단, 이 대표는 "혁신위의 의제는 제가 정하지 않고, 논의 안은 최고위 검토를 다 거쳐서 당헌당규에 반영시킬 것"이라며 사당화 논란에 선을 긋고, "예전과 같은 조직 선거는 통하지 않게 됐으므로 받아들이시고 전부 다 개혁의 길에 동참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차기 당권에 의해 개혁안이 무력화 될 수도 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만들어놓은 공천제도를 다음 지도부가 수정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혁신위가 내는 개혁안들이 굉장히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이기만 기대하고 있다"며 여론의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발 개혁의 성패는 혁신위가 내놓을 결과물에 달린 셈이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혁신위가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는 안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과거 상향식 공천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김무성 전 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으며 모두를 납득시키는 묘안을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