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한미 관계 바꿔내자"…효순·미선 20주기 도심 추모제

민주노총 등 서울 시청역 인근서 집회…"한반도 전쟁기지화 반대"
양경수 위원장 "尹, 미국 중심 외교안보 정책…자주적 나라 세워야"

11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효순ㆍ미선 20주기 촛불정신계승! 6.11 평화대회'에서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이 주말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고(故) 신효순·심미선 양의 20주기 추모집회를 열고 불평등한 한미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 국민연대 등 40여개 시민단체는 11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효순·미선 20주기 촛불정신계승! 6·11 평화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17일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6·11 평화대회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촛불정신을 계승해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02년 6월 13일, 14살 중학생이었던 효순·미선 양은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국도에서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주한미군 2사단 장갑차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장갑차를 몰았던 미군 병사들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자아냈고, 촛불 집회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단체들은 효순·미선 양이 숨진 지 20년이 지났지만, 한미관계는 여전히 미국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함에 따라, 한반도가 미국의 '전쟁 기지'가 되어가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단상 위에 오른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평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침략과 지배, 제재와 대결에만 의존해 왔던 미국은 약화되는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군사·경제, 모든 영역에서 발악적으로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신(新) 냉전체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미군의 장갑차에 희생된 신효순·심미선, 두 중학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북 선제타격, 사드 추가배치 등의 정책 노선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인 윤 대통령의 취임을 두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중심의 외교·안보 정책을 펼치며 미국만을 위한 동맹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로 인해 한반도의 평화는 위태로워지고 있고, 미국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종속은 심화되어 한국 사회를 더욱 더 어렵게 만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오늘을 시작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초기지화 전략에 동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아내고 불평등한 한미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투쟁에 돌입하자"며 "반드시 노동자와 민중의 평화통일 새 시대를 열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효순ㆍ미선 20주기 촛불정신계승! 6.11 평화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집회에는 약 3천 명의 인원이 참가했다. 시청 방면 세종대로 5차선 도로가 모두 통제되면서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이땅은 미국의 전쟁 기지가 아니다!", "한반도 전쟁기지화 반대한다!", "불평등한 한미 소파(SOFA) 전면 개정하라!", "불평등한 한미관계 바꿔내자!"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광화문에 위치한 미국대사관 맞은편의 세종대왕 상 앞에서도 진보성향 단체인 서울겨레하나가 20·30대 청년들을 주축으로 효순·미선 20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효순·미선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이 주둔한)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미군에 의해 죽어간 이들이 많다"며 "미군이 한국인을 상대로 수많은 범죄를 저질러도 한국 법정에 세워진 것은 단 2%뿐"이라고 규탄했다.
 
이밖에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 등도 '한미동맹 파기'를 주장하며 외교부 후문에서 서울시청 광장으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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