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 집에 가는 길, 아파트 계단에서 덩그러니 버려진 공유 킥보드 헬멧을 발견했습니다. 헬멧에는 '사용 후 제자리에'라고 적혀있었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오늘 이 헬멧의 제자리는 여기였을까요? 킥보드와 헬멧은 짝꿍인데 왜 킥보드는 타고 가버리고 헬멧은 놓고 갔을까요? 우리는 종종 상가 건물 앞이나 아파트 계단, 길거리, 쓰레기 버리는 곳 근처에서 버려진 헬멧을 볼 수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는 바퀴가 작고, 무게 중심이 높은 만큼 작은 도로 요철에도 넘어지기 쉽습니다. 이 때문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더욱이 사고 발생 시 머리와 얼굴 부상이 제일 심하기에 헬멧 착용은 반드시 필수이며 부상의 위험을 현저히 낮춰줍니다.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를 운전할 때는 안전모(인명보호 장구)를 반드시 쓰도록 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전동 킥보드를 탈 때 헬멧을 쓰지 않으면 범칙금 2만 원이 부과됩니다. 모든 자전거 운전자 또한 2018년부터 헬멧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나 자전거를 탈 때 헬멧 쓰는 사람 보셨나요?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지난 2018년. 당시 서울시는 공유자전거 '따릉이'의 안전모 무료 대여 서비스를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3%라는 저조한 이용률과 88%에 이르는 헬멧 착용 의무화 반대 결과를 남기고 서비스는 사라지게 됐습니다.
지난해 헬멧 착용 의무화 시행 이후, 공유 킥보드 이용률이 반 토막 나기도 했습니다. 이에 일부 공유 킥보드 업체들은 헬멧 규제에 발맞추어 헬멧 구비에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으나, 현재 전국 30여 개 공유 킥보드 업체 중 공유 헬멧을 제공하는 업체는 5개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모 착용률은 많이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 전·후 전동 킥보드 이용 실태를 발표했는데, 안전모 착용은 시행 전 4.9%에서 시행 후 준수율이 11.2% 증가했음에도 16.1%에 그쳐 가장 취약했습니다.
특히 공유 킥보드의 안전모 착용률은 시행 후 2.9%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었고, 6명 중 5명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형 이동장치(PM) 단속 건수 가운데 안전모 미착용이 전체의 79.6%였습니다. 경찰에 적발되지 않은 사례를 고려하면 헬멧 없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한 시민은 더 많겠죠. 업체에서 헬멧을 제공하는데도 왜 이용자는 착용하지 않을까요?
일단 이용자들은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헬멧을 쓰기 꺼려하고, 비나 미세먼지에 노출된 헬멧의 위생 상태를 지적하며 헬멧을 쓰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개인 헬멧을 구비해서 다니면 될까요? 하지만 이용자들은 언제 어디서 이용할지 모르는 헬멧을 항상 휴대하기 번거롭다는 의견입니다. 헬멧이 크고 무거워서, 혹은 머리 스타일이 망가지기 때문, 또는 덥고 답답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대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래도 안 쓴다고요?
자동차 탈 때 안전벨트를 불편해서 안 하나요?
오리배 탈 때 구명조끼를 불편해서 안 입나요?
안전벨트, 구명조끼, 헬멧 같은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안전모를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