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산업 인재양성' 주문에 따라 정부가 관련 학과의 정원 확대 등 범정부적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관련 학과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와관련해 수도권 대학의 첨단분야 학과 정원 확대 등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늘릴 수 있는 인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7일 "관계부처와 협의해 지금보다 파격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반도체 관련학과 신입생 모집 정원은 1400명 수준으로 석·박사를 포함하면 1년에 약 2천명 정도가 배출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공정 등에 필요한 관련 학과까지 모두 포함하면 한해 배출되는 인원은 약 2만4천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 부족한 인력은 1년에 3천여명 수준으로 파악돼 산업계 요구 인력 수준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
이에따라 교육부는 우선 반도체 등 관련 학과 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 특례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2만명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 대학이 기존 학과에서 편입학 인원이나 결손 인원 여석을 활용해 자구적으로 학부 통폐합 등으로 첨단산업 분야 학과를 만들고 정원을 늘릴 경우 재정지원 방안도 고려중이다.
법을 정비하지 않고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자체 조정해 증원 가능한 정원은 약 8천명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수도권 정비계획법 개정을 통한 수도권 학교 총량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지만 법 개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만큼 어려움도 예상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을 둘러싸고 학교 안팎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에 놓인 지방대학의 소멸을 가속화하고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다 이과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지고 인문계열은 타격을 받는 문·이과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면서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 추진에 관련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커질수 있다.
교육계 내에서도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산업계 요구에만 발을 맞추다 보면 대학 교육의 큰 틀이 왜곡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수요-공급 불균형을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역 균형 발전은 윤 정부가 강조하는 국정 운영 방향인데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은 지역 균형 발전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고등교육 분야의 혁신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자칫 수도권 대학 집중, 지역 균형발전 저해, 대학 학과 통폐합 등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육의 목적은 인간의 성장을 돕는 것으로 4차혁명 기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며 "교육에 대한 고민이 새 정부 정책에서 보이지 않아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대학교육연구소도 "지금 대학은 초유의 학령 인구 감소로 수도권 주요 대학을 제외하고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 검토를 곧바로 들고나온 것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상황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