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에 있었던 2년의 시간은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2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인연이었다. 고양 오리온 팬들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과분해서 평생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고양 오리온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이적한 프로농구의 간판급 가드 이대성이 친정팀에 전한 마지막 인사다.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10일 오전 대한서울상공회의소에서 이대성을 포함해 박지훈, 이원대, 우동현 등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통해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을 소개하는 입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무엇보다 이대성에게 많은 관심이 쏠린 자리였다.
오리온 구단을 인수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은 지난 2시즌 연속 KBL 리그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던 이대성을 한국가스공사로 보냈다. 그 조건으로 전력 보강에 도움이 되는 선수 혹은 신인지명권 등을 받는 대신 현금 6억원을 받았다.
데이원자산운용은 KBL의 간판급 가드를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선수의 가치를 너무 낮게 책정했다. 추후 공식 창단할 때 오리온을 응원했던 팬들에게 반드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대목이다.
이대성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트레이드가 진행된) 일련의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일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아쉬움에 대해서는 크게 마음을 두고 있지 않다. 아쉬움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대신 이대성은 오리온에서 보냈던 좋은 기억만을 떠올렸다.
오리온 구단과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말문을 연 이대성은 경기력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볼핸들러 위주로 농구했다. 지난 시즌에는 오리온에서 미드레인지 게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고 실제 경기에 적용했다. 이제는 공이 없을 때 움직임에 대해서도 역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대성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 17.0득점으로 국내선수 부문 1위를 차지한 선수다.
이대성은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의 구분 없이 프라이머리(primary) 볼핸들러로서 팀 공격을 이끄는 역할에 능하다. 지난 시즌 오리온은 외국인선수의 태업,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득점원이 부족했고 이대성이 적극적으로 득점 사냥을 펼쳐야 했다. 그 결과는 4강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한국가스공사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을까. 또 유도훈 감독은 이대성의 재능을 어떻게 활용할까. 많은 농구 팬이 품고 있는 궁금증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대성의 합류로 전력이 크게 강화됐다. 지난 시즌 팀을 이끌었던 두경민(원주 DB 이적), 김낙현(군 입대) 등 가드 2명이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이대성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
지난 시즌 부상 때문에 활약하지 못했던 포워드 정효근이 돌아온다. 그 사이 빅맨 이대헌이 많이 성장했다. 주장 차바위가 중심을 잡는 가운데 박지훈, 이원대, 우동현 등 FA를 통해 합류한 선수들이 선수층을 두껍게 채웠다.
외국인선수만 무난하게 선발한다면 한국가스공사는 우승에 도전할만한 전력이라는 평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도훈 감독은 "지난 시즌은 가드 농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시즌에는 정효근이 돌아오면 포워드 싸움에서 다른 팀에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대성이 가세하면서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넘나드는 전술적 운영이 가능한 가드 라인이 갖춰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도훈 감독은 중요한 부분을 언급했다. 바로 이대성의 성향과 관련된 부분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리온은 지난 시즌 이대성에 대한 득점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대성의 공격적인 성향은 종종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유도훈 감독은 "이대성이 무리한 공격을 했을 때도 상황에 따라 감독은 용인하고 이해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감독의 이해보다는 같이 뛰는 선수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도자가 선수 각자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어떤 팀 컬러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달린 문제다. 선수 재능을 살리는 데 있어 감독의 몫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유도훈 감독은 "떡 사세요"라는 작전타임 명언으로 유명하다.
떡 장수가 머리 위에 바구니를 이고 떡을 팔기 위해 돌아다니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농구 경기에서 외곽에 있는 국내 선수가 골밑에서 자리를 잡은 외국인 선수에게 패스를 건네는 모습과 흡사하다. 국내 선수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고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하려는 경향을 꼬집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도훈 감독은 "선수단을 운영하면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른바 폭탄돌리기다.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면 좋겠는데 아쉬울 때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유도훈 감독의 생각이 그렇다면 승부사 기질이 강한 이대성은 딱 맞는 조합이 될 수 있다.
유도훈 감독은 한 가지를 더 강조했다. "열정과 자기 관리, 투철한 정신력은 이대성에게 배워야 한다. 다만 이제는 리더로서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즐거울 수 있는 행동, 플레이, 언변 등 여러 상황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자고 말했다. 이대성을 다른 이미지로 포장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대성도 자신감이 넘친다. 그에게는 팀 상황에 자신의 능력을 맞추는 재능이 있다. 그는 "상황에 따라 볼 배급, 득점, 수비 등 유도훈 감독님께서 원하는 부분에 최대한 100%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목표"라며 "예전에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우승했을 때만큼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우승에 포커스를 맞춰서 감독님 구상에 따라 내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