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연일 강조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만성적인 인력난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오랜 숙원인 반도체 전문 인력 확대를 위해서는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도체 업계의 부족 인원은 1621명에 달했다. 고졸이 부족 인력이 89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학사 362명, 전문학사 316명, 석사 40명, 박사 9명 등이다.
산업부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을 통해 전국의 10인 이상 사업체 중 1만4천여개 표본 사업체를 조사한 결과다. 매년 이뤄지는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를 보면 반도체 업계는 2017년 이후 매년 2.6~4.0% 인력이 늘어나고 있지만 부족률은 매번 1.6%가량을 기록하며 인력난이 만성화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종에 있는 중소기업까지 전반에 걸쳐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총 3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까지 제기됐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부족한 인력은 1년에 3천여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2017년 메모리반도체 호황 이후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반도체 인력 수요가 늘었지만 인력 공급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채용 필요 인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합쳐 약 1만명으로 추산된다. 주요 기업들은 대학 측과 협력해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을 늘리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되지 못하고 있다.
계약학과는 졸업 후 채용을 조건으로 기업이 학비 전액을 제공하는 등 여러 혜택을 약속하고 입학생을 모집하는 학부 과정으로, 맞춤형 커리큘럼을 통해 반도체 전문인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연세대·카이스트·포스텍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했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고려대를 시작으로 올해 서강대, 한양대와 잇달아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핵심 전략산업으로 부상한 반도체 산업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특강'까지 열고 "우리나라가 더 성장하고 도약하려면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공급해야 한다"며 "인재 양성이 가장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전공 인력 확대를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대학의 입학 정원 총량을 정해놓고 대학이 임의로 정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교육부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과 지방 대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며 "필요하다면 교육기관 양성에 재정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 대학의 첨단 학과 정원이 늘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편중으로 위기에 놓인 지방대 문제가 악화될 수 있고, 기초학문 학과 정원이 줄어 불균형이 커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를 약속했으나 결국 입법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의 오랜 숙원인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는 번번이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며 "대기업들이 투자와 채용 계획을 함께 밝힌 것처럼 투자도 결국 인력이 있어야 가능한 문제인데 세계 주요국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특단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