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훌륭한 배우들에게 둘러싸인 채 현장에서 눈 앞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행복한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관객분들께서 아기와 아이까지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을 많이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_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5월 31일 '브로커' 기자간담회 중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를 비롯해 충무로 차세대 대세 배우 이지은, 이주영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여정에 함께했다.
인간적인 모습부터 깊은 내면 연기까지 생동감 있게 그려낸 송강호,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선보인 강동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탁월한 연기력의 소유자 배두나, 섬세한 연기로 표현하며 다층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이지은, 특유의 에너지를 발산한 강한 개성과 존재감의 이주영 등이 '브로커'를 통해 남다른 연기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특히 송강호는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배우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한 데 이어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들 외에도 내로라하는 연기력의 수많은 배우가 '브로커'를 위해 모여 특별한 여정을 완성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촬영 중 인상 깊었던 연기에 물었고, 그는 많은 기억 중 질문을 받자마자 떠오른 몇 가지를 꺼냈다.
scene #1. 우성이는 놀라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되게 많은데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 볼까요? 우성이부터 시작할게요. 어린이날 호텔 잔디밭에 이동휘 배우와 김새벽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김새벽 배우가 우성이를 안아 봐도 되냐면서 아이를 받아 안는데, 우성이가 새벽씨의 볼을 만졌어요. 그때 우성이는 정말 놀라웠어요. 이에 새벽씨가 반응해서 '만졌어'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건 대본에 없었습니다. 아기가 만지는 것을 받고 즉흥으로 해낸 연기인데, 그것도 정말 훌륭했어요."
scene #2. 소영이 해진의 손바닥에 이름을 적어주던 순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KTX에서 해진(임승수)이 소영에게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해?'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어요. 승수와 이지은 배우가 KTX 안에서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 주고받는 장면이죠. 해진의 물음에 소영이 해진의 이름에 관해 물어보게 되고, 손바닥에 이름을 써줘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지은 배우가 건넨 주스를 해진이 마시고요. 일련의 장면들이 원래는 그렇게 길게 통으로 찍을 생각이 없었거든요. 카메라의 위치를 바꿔서 컷을 나눠 만들 생각이었는데, 일련의 연기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대로 쓰게 됐어요. 거기서 해진이도 정말 훌륭했죠."
scene #3. "진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이건 송강호 배우가 카페에서 딸과 만나는 장면이에요. 이혼한 전 와이프가 아기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다음 상현이 딸에게 '그래도 나는 너의 아빠야'라고 말할 때 아이가 '진짜?'라고 되묻습니다. 제 자랑이기도 한데(웃음) '진짜?'라는 대사는 원래 대본에 없었어요. 두 배우의 연기를 지켜보다가 중간에 아이에게 아버지를 향해 '진짜?'라는 말을 한번 해보라고 했죠. 그 한마디를 듣고 송강호 배우는 아버지가 가진 복잡한 감정들이 밀려오는 연기를 보여줬어요.
그걸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진짜?'라는 짧은 한마디가 이렇게나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 수 있고, 연기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어요. 그때 촬영하고 난 직후 송강호 배우가 오히려 저에게 칭찬해주셨어요. 지금 같은 연출은 정말 훌륭한 연출이라고 말이죠. 결과적으로 제 칭찬 된 거 같아서 쑥스러운데, 그 장면에서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어요."
scene #4. 관람차 안 소영과 동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또 관람차 장면을 꼽을 수 있어요. 여기서 강동원 배우와 이지은 배우가 보여준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에요.
사실 관람차 내부가 좁아서 함께 탈 수 없었어요. 밑에서 리허설을 마치고 난 후 전 관람차에 타지 못한 채 계속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었죠. 관람차에는 홍경표 촬영 감독님만 타고 있었어요. 어떤 테이크가 찍히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관람차가 한 바퀴 돌고 돌아왔을 때 이지은 배우의 표정이 정말 좋았어요. 충만한 느낌의 좋은 표정을 하고 있었죠. 그래서 제가 확인해보니까 정말 너무 좋은 장면이 찍혀 있었죠.
그래서 바로 그 첫 번째 테이크를 사용했어요. 약간 음향과 빛의 문제가 있어서 그 부분을 수정하고 싶은 마음에서 3번 정도 찍었지만 압도적으로 첫 테이크가 좋아서 영화에는 그 장면을 썼습니다. 이지은 배우도 좀처럼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 저에게 '이게 좋았다, 어떻다' 이야기를 안 했는데, 그때만큼은 촬영을 마치고 첫 테이크가 좋았던 거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그 판단은 저도 똑같았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