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초선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선의원 시절을 모티브로 1988년의 사회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1988년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해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제5공화국 정부의 비리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제13대 국회 청문회에서 '송곳 질문'과 전두환에게 명패를 던지는 행동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극은 초선의원 '수호'의 이야기를 통해 올림픽을 앞두고 들떠 있던 1988년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이면을 들춘다. 15살 노동자 문송면 군 수은중독 사망사건, 노동자 대파업 투쟁 중 최루탄을 가슴에 맞은 노동자 이석규 사망사건, 서울올림픽을 위해 진행된 강제철거 등이 그것이다.
극중 '수호'는 인권변호사가 되어 이석규를 위해 싸우다가 옥살이를 한다. 변호사로 세상을 바꾸는데 한계를 느껴 국회의원이 된 후에는 문송면 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하지만 야합을 밥 먹듯 하고, 노동자의 인권은 뒷전인 국회의원들의 모습에 실망해 국회를 박차고 나간다.
오세혁 작가는 9일 서울 종로구 TOM 2관에서 열린 연극 '초선의원' 프레스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마지막 순간만 얘기한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뜨겁고 빛나는 순간이었던 초선의원 시절을 그려보고 싶었다"며 "등장인물의 말과 이야기는 거의 모두 실제다. (초선의원 노무현처럼) 당장 달려와 도와주는 국회의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연극은 서울올림픽을 접목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육상, 탁구 등 12개 종목이 나온다. 오 작가는 "국회에서 법안을 놓고 몸싸움하고, 여러 전략·전술을 동원하는 모습이 스포츠 같다고 생각했다. 서울올림픽은 페어플레이를 향해 달려가는데 국회는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지 대비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수호' 역은 성노진과 김대곤이 번갈아 연기한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데 부담감은 없을까. 성노진은 "노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기 한 몸을 뜨겁게 던졌다. 제가 이 역을 연기할 만한 깜냥이 될까 고민했다"며 "공부도 많이 하고 '연극 속에서 최수호 역을 연기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편히 먹으니 지금은 부담감이 덜하다. 공연하면서 매순간 행복하다"고 말했다.
가장 애정하는 장면은 뭘까. 성노진은 "노동 관련 법안이 통과됐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 그러자 수호는 국회의원 배지를 반납하고 거리로 나가 몇 명 안 되는 시민 앞에서 막걸리를 들이키며 연설한다. 이 장면이 연기하면서도 뭉클하다. 이 장면은 노 전 대통령의 실화를 그대로 담아냈다. 공연 중 목을 축일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다"고 웃었다. 공연은 7월 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