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 편중 인사 문제를 공개 지적하는 등 '할 말을 하는' 원내대표의 역할을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서 정부를 비판적 지지 하겠다는 권 원내대표의 '직언 모드'와 윤석열 정부 기조에 발 빠르게 합을 맞추는 '지원 모드' 덕에 취임 초 사퇴설까지 제기됐던 부정적 기류는 사라진 분위기다.
권 원내대표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다음 인사 때까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더 이상 검사 출신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윤 대통령이) 말씀하셨다"며 "어제 통화를 해서 '검사 출신을 더 쓸 자원이 있습니까' 물었더니,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인재 풀(pool)의 한계와 집권 초 시간적인 촉박함 등을 고려해달라"며 편중 인사의 원인으로 꼽히는 부분들을 수용하면서도 "(검찰 출신 인사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못 하는지를 보고 비판을 하는 것이 좋겠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며 성과를 보고 평가해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통화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권 원내대표에게 검사 출신 인사들 더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나'라는 질문을 받고 "글쎄, 필요하면 해야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는 미래에 필요하면 검찰 출신을 다시 기용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당분간 행정부처 중요 직위에 검찰 출신 기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점에 차이는 있지만, 당 내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에 기반해 수시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검찰 출신이 다수 기용된 것에 대해 우려가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나라 정치 구조상 여당에서 대통령에게 직언하기 쉽지 않은데, 권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건강한 당·대 관계를 실천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의 직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빠찬스' 논란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당내 중지를 모아 공식 의견을 전달하며 자진사퇴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국무조정실장에 발탁하려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어 철회시켰다.
윤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유명무실화된 특별감찰관의 임명을 시사해 왔음에도, 최근 대통령실이 이를 폐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브리핑을 하자, 권 원내대표가 '말 실수를 한 모양'이라고 꼬집은 일도 있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지적을 달게 받겠다"며 국회 추천 등 법에 따라 임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압도적 지지로 원내대표에 당선되고도, 취임 2주 만에 검수완박 중재안을 성급하게 수용하며 리더십 위기를 맞은 적도 있지만, 직언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며 당의 역할이 대통령실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는 사그라든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권 원내대표는 강경한 이미지와는 별개로 원내 의원들과 소통을 즐긴다"며 "비판이나 새로운 제안들도 타당하다면 즉각 반영하고 대통령실에 건의하는 스타일"이라고 언급했다.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만 세우는 것은 아니다. 주요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가 새정부 국정과제에서 빠졌을 때, 해명에도 '공약 후퇴' 비판이 일자, 권 원내대표는 즉각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자 과외 선생을 붙여서라도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하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는 14일 의원총회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초청해 반도체 특강을 진행하기로 했다. 반도체 등 미래먹거리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당에 '반도체산업지원특별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권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국회 차원에서도 특강과 특위 출범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간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권 원내대표가 당면한 최대 현안은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다. 당 내에서는 여소야대라는 현실 속 법안 처리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전반기 국회처럼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를 식물 정권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원 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며 "만에 하나 전반기 국회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권 원내대표 체제 자체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