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일 '당·정·대' 간 유기적 소통과 협력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견인하겠다는 취지의 모임을 띄웠다. 모임을 발족한 이용호 의원은 친윤 그룹이 세력화를 시작했다는 분석에 대해 "국민의힘은 과거 친박이나 친문 세력 같은 '묻지마 쉴드' 세력이 되지 말자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이준석 당 대표는 자신의 통제권을 벗어난 비공식 협의 채널이 가동되는 데 불쾌한 모습이다.
이날 이용호 의원실은 당내 의원실 전체에 공문을 발송해 의원모임인 가칭 '민들레'(민심 들어볼래의 약자·널리 퍼지는 민들레 씨앗처럼 곳곳에서 민심을 파악해보겠다는 의미)를 출범한다며 가입을 독려했다. "국정 현안에 대한 정책·정보공유와 소통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집권여당 의원으로서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의원간 친목과 유대의식을 강화해 당의 화합과 결속을 도모한다"는 것이 모임의 발족 취지다.
해당 모임의 발족 과정을 인수위원회 정무행정사법 분과 간사를 맡았던 이용호 의원, 당선인 총괄보좌역을 지냈던 이철규 의원이 관여하다보니 당 내 친윤(친윤석열) 그룹이 세력화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핵관 중의 윤핵관'이라는 수식을 달고 있는 3선의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인수위 출신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기로 하면서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의힘이 탄생시킨 정권임에도 대통령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움직이는지 알지 못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들의 생각을 당이 전달하는 창구이자, 의원들끼리도 계파 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참여 의사를 밝힌 의원들 가운데 친윤 그룹에 속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 의원은 특히 "예를 들어 윤 대통령의 인사가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얘기는 당에서 민심을 전달하는 게 맞다"며 "대통령실의 의중도 모르면서 무조건 감싸기만 하는 과거 친박이나 친문 세력 같은 잘못을 우리는 저지르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측 인사들은 국민의 대표들이 설명을 요하는 자리에 나와야 한다"며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지를 보였다.
장제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이 주축이 된 친윤 모임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저는 우리당 소속 의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순수 아침 개방형 의원모임에 한 명의 멤버로 참여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정우택 선배님, 조해진 의원님도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는 이준석 대표는 당 대표가 통제하는 공식 라인이 아닌 선에서 당정대 소통 창구가 마련되는 것에 불쾌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을 마치고 입국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정 협의를 촉진하기 위한 모임이라면, 이미 공식 경로로 당정대 협의체가 가동되는 상황"이라며 "세 과시하듯 총리, 장관을 들먹이는 건 애초 정부에 대해 부당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고 국민들이 좋게 볼 이유가 하나도 없는 모임"이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