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 끓이려면 감자랑 두부랑…"
모처럼 일찍 퇴근한 날, 정모(43)씨가 마트에 들렀다. 다가오는 주말, 집밥 삼시세끼로 외식비를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햇감자 4알에 5900원, 애호박 1200원, 두부 한 모 1300원. 국물용 육수와 함께 먹을 반찬거리 재료에 행사 맥주, 아이 우유와 간식까지 담고 나니 영수증 최종 금액은 8만 5천원이 찍혔다. 카드를 내미는 손이 저릿했다.
정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저녁까지 먹고 오다보니 평일에는 선식을 타 먹거나 배달로 해결해서 물가가 이렇게 많이 오른 줄 몰랐다"며 "찌개 재료 사느니 밀키트를 사거나 시켜먹는 게 더 쌀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물가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살 게 없다"는 소비자들의 '비명'도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동향에 따르면, 최근 가격이 급등한 감자는 8일 기준 100g당 528원으로 1년 전 312원에 비해 무려 69.5%가 올랐다.
양배추 역시 1포기에 4천65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3098원)보다 31.2% 가격이 증가했다.
1Kg 기준 시금치 17.1%, 당근도 19.5% 올랐고, 1개짜리 무 가격은 29.3% 상승했다.
육류 역시 오름세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오른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외식 증가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이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9일 기준 돈육 도매가격은 7044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0% 넘게 올랐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가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격이 올라가면서 과자와 빵, 국수 등 가공식품 도미노 인상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세계곡물가격지수는 170.1P로 전년 대비 46.2p 상승하면서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3월 115.8p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5p 상승했다.
전세계 3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폭염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밀 수출 중단을 발표한데다, 미국과 프랑스 역시 가뭄으로 수확량이 급감해 물가루 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크다.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쟁과 가뭄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지난달 5.4%까지 올랐다. 이는 2008년 5.6% 상승 이후 13년 9개월만에 최고 수치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이보다 더 높다. 통계청의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09.54(2020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상승했다. 식품 물가는 더 높다. 생활물가지수 중 식품 상승률은 7.1%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다음주 물가와 민생 안정 방안을 담은 종합대책 발표에 나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규제혁신 및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등을 논의했다.
추 부총리는 "모든 부처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관 분야 물가 안정은 직접 책임진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주기를 바란다"며 "각종 추경 및 민생대책 사업을 체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히 집행하고 물가 안정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각 부처의 주요 재정사업 집행상황을 집중적으로 독려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