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이렇게 죽는 건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9일 발생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인근 7층 규모 건물 화재. 불이 난 건물 4층에서 일했던 A씨는 지금 살아있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구조된 그는 "화재 경보음이 울려 사무실 문을 열었더니 시커먼 연기가 복도에 꽉 차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급히 문을 닫고 10분 동안 초조하게 기다렸다"고 회상했다.
A씨는 "소방대원이 방독면을 들고 구조하러 와준 덕분에 탈출했다. 방독면을 쓰고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열기로 살갗이 뜨거웠고 그으름과 잔재물이 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을 봤다"고 말했다.
불이 난 법률 사무소와 같은 층에 근무했던 B씨는 "처음에는 지진이 난 줄 알았다"고 전했다.
B씨는 "건물이 흔들리다가 얼마 뒤 폭발음이 '팡' 터졌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 같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너무 놀라 뛰쳐 나왔고 문을 열려는데 문이 이미 뜨거웠다. 몸으로 문을 밀쳐 열었다"고 덧붙였다. 몇 초 뒤, 건물 내부는 짙은 연기로 뒤덮였다고 한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는 방화범을 제외하면 모두 2층 법률 사무소 직원. 남성 4명, 여성 2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은 약 20분 만에 불이 꺼졌는데도 많은 인명피해가 난 이유에 대해 "감식 등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방화 장소에서 급격한 연소 확대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스프링클러 부재와 건물 형태도 피해 확산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지상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지하층에만 스프링클러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건물의 경우 모든 사무실 외면이 통 유리창으로 돼 있었다. 통 유리창 아래 작은 창이 나 있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내부에서 발생한 연기가 바깥으로 빠르게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창이 작은 탓에 비교적 낮은 높이였음에도 창문을 이용한 탈출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