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모인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최저임금 기준으로 '노동자 가구 생계비' 반영 여부를 놓고 노사 양측이 설전을 벌였다.
또 노동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최저임금 인상목표와 함께 논의하자고도 제안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는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어 2023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했다.
근로자위원 대표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이동호 사무총장은 지난달 24일 양대노총이 진행한 '생계비 재조명 토론회' 결과를 소개하며 "'비혼 단신 생계비'만을 결정기준으로 검토할 것이 아니라 복수의 가구원이 존재하는 최저임금노동자의 실태를 반영하여 '노동자 가구 생계비'가 핵심 결정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임위가 발간하는 올해 생계비 자료 분석 결과를 봐도 노동자 평균 가구원이 2.48명으로 이 가운데 1.44명 만이 취업자였고, 비혼단신가구는 전체 가구대비 9.8%, 인구 대비 3%대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 사무총장은 "노동자위원은 잠시 후 이러한 적정생계비가 반영된 올해 생계비 안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 핵심 결정기준으로서 적극 고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이정희 정책실장은 최임위 근로자위원임에도 수감 중인 민주노총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에 대해 "노동자 최저임금위원 한 석은 여전히 비어있는 상태 그대로"라며 "코로나19 시기 고통받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 죄가 되어 구속된 윤택근 노동자 위원의 빈 자리가 하루빨리 채워져 최저임금위원회의 정상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입을 열었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와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지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이어 이 정책실장은 화물연대 파업을 설명하며 "물가폭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화물노동자의 투쟁은 전국민적인 투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미 결론이 난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그만하고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적정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할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노사공익의 공통된 의견으로 정부에 건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반면 사용자위원 대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류기정 전무는 "오늘 논의 과정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해서 심의있는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수용성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업종별 구분 적용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구 생계비로 최저임금 수준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며 "지난 30년간 비혼단신 근로자의 생계비를 가지고 최저임금 수준 정할때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해 근로자위원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이태희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최근 시행한 경기전망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코로나 이전에 비해 37% 정도가 향후 경영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고, 47~48% 정도가 고용인원을 조정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헤아리지 않고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결국 중소기업, 소상공인, 근로자 모두 피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