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원/달러 환율과 기대인플레이션의 가파른 상승이 물가 오름세를 재촉하고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물가 상승률은 0.06%포인트 높아진다고 9일 분석했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환율 상승기(2020년 12월~2022년 5월)의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은 183원, 상승 속도는 하루 0.51원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이는 과거 상승기(3개월 이상 환율이 오르고 원화 절하율이 10% 이상인 기간)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게, 완만히 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난 이후만 주목해 보면 환율 상승 속도는 하루 1.15원에 이르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기 가운데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오르자 수입품 가격 상승을 이끌어 물가 상승을 가속화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환율의 물가 전가율(원/달러 환율 또는 명목실효환율 1% 변동 시 물가상승률의 변동)은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져 2020년 '제로(0)'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높아져 올해 1분기 현재 0.06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도 0.06%포인트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업이 가격을 전가하려는 경향이 과거 저물가 시기보다 강해졌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코로나 위기 회복 과정에서 공급 병목 및 물가 오름세가 겹친 영향이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3.8%) 가운데 약 9%(0.34%포인트)는 물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주체들의 미래 물가 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또다른 물가 상승 요인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최근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경제 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이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고, 앞으로 그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처럼 물가 상승 속도가 빠른 시기에는 경제 주체들이 새로운 물가 정보를 자신의 기대에 빠르게 반영하며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 사이 상호작용이 더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 충격(급등)은 정액 급여에 3분기 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금 경로를 통한 물가상승 압력이 앞으로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은은 "인플레이션 충격의 영향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