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잠재성장률 이상 성장,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낮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대면 서비스 소비 많이 늘어"
"펀더멘탈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 크지 않아"
"우리나라 빅스텝 가능성 배제하진 않지만 0.25%p씩 인상이 적절"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에 따라 우리나라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일부 작용하고 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장단기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는 큰 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또 "신흥국의 경우에는 위험회피 심리도 강화됐다"며 "이러한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에는 미 연준의 정책대응실기(behind the curve)와 이후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 상황으로 봤을 때, 베이스(기본) 시나리오상 스태그플레이션의 확률은 낮다고 생각한다"며 "베이스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향후 민간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박 부총재보는 "2분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크게 완화되면서 대면 서비스 소비 등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수출은 둔화하겠지만, 민간소비는 한은의 예상보다 좀 더 견조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 빅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씩 인상)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자본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와 이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변화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예상을 상회하는 급격한 금리인상시 금융시장 변동성이 재차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시했다.

또 "특히 신흥국의 경우 아직 대규모 자본유출 조짐은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향후 세계경제의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크게 확대될 경우 자본유출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당분간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주의깊게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박 부총재보는 "자본 유출입은 대외 금리차의 영향도 받지만, 무엇보다 대외 건전성이나 펀더멘탈(경제 기초체력)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소비 회복세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등 우리나라 펀더멘탈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이상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현재 생각으로는 0.25%포인트씩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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