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수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수출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재화 수요의 회복 흐름에 힘입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했다"며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고 중국 봉쇄조치 등도 더해져 생산과 수출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이어지면서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글로벌 공급 차질과 유럽연합(EU) 지역의 내수 둔화, 자동차 생산 차질로 자동차 부품·배터리 등의 수출 감소도 우려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한은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따른 40여 개 도시의 전면·부분 봉쇄로 중국 경제가 올해 5%대 성장률을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향후 성장경로 상에는 소비 회복세 강화, 신성장 부문 투자 확대, 중국 경기부양책 확대 등의 상방 리스크와 중국 봉쇄조치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금융여건 악화 등의 하방 리스크가 혼재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미국의 강력한 긴축정책에 따른 달러화 강세(원화 가치절하)도 우리 경제의 위험 요소로 지목됐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와 이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변화가 국내외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준의 예상을 상회하는 급격한 금리인상 시 금융시장 변동성이 재차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특히 신흥국의 경우 아직 대규모 자본유출 조짐은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향후 세계경제의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크게 확대될 경우 자본유출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당분간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주의 깊게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연준의 강력한 긴축과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향후 우리나라 물가상승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원화 기준 수입 물가 상승률이 계약통화 기준 수입 물가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웃도는 등 달러화 강세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팬데믹 이후 대체로 마이너스 상태였던 환율의 수입 물가에 대한 기여도도 작년 10월 이후 플러스로 전환돼 원유·천연가스·금속 등 광산품과 함께 수입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와 금융권의 대출관리 강화,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팔랐던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나타냈지만, 경제규모에 비해 가계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은 데다 최근 들어서는 주택가격이 소폭 오름세로 전환하고 가계대출도 다시 증가하고 있어 금융불균형 위험을 기조적으로 줄여나갈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