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화물연대와 정부 간의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파업의 핵심쟁점인 안전운임제의 연장·확대를 위해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준비했느냐를 놓고 노정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운임' 일몰 기한 다가오는데…국회 법 개정 논의 시작도 못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차종·전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확대 등 5개 요구사항을 걸어 지난 7일 총파업에 돌입했다.이 가운데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은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최저임금'과 같은 제도다. 적정한 운임을 정해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할 뿐 아니라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받는다.
지난 3년 동안 안전운임은 매년 화주와 운수사, 차주에 국토교통부가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대표까지 4자가 모이는 안전운임위원회에서 다음 해 안전운임을 결정해왔다.
다만 2020년 처음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당시 3년의 기한을 정한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올해 연말로 제도가 일몰기한을 맞게 됐고, 이제 연장 여부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월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안전운임제를 계속 운영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전문위원 검토를 통해 "일몰 1년 전 국토부 장관이 안전운임제 시행결과를 분석하여 연장 필요성 또는 제도 보완사항 등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때 약속한 보고시점인 일몰 1년 전, 즉 올해 초까지 보고를 마쳤어야 하는데도 국토부가 이를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안전운임위원회 개최 시기가 코앞으로 닥쳐왔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국토부 "준비 마치고 국회 기다릴 뿐" VS 화물연대 "논의도 하지 않고 책임 회피"
화물연대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몰제 폐지를 담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작년 3월에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되었음에도 현재까지 어떠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국토부 장관의 시행결과 보고 역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국토부는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이미 관련 연구용역 조사를 마쳤고 안전운임TF를 통해 의견 수렴을 거쳐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었는데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구성을 마치지 않은 바람에 늦어졌을 뿐이라는 얘기다.
같은 날 어명소 1차관은 "지난 2월 국회 상임위 측에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결과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했던 안전운임제 시행 성과평가 연구용역 결과를 말한 것이다.
또 "안전운임 TF에서 논의를 충분히 하자는 입장"이라며 "국회가 열린다면 안전운임제를 조속히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고, 국회 결정에 따라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물연대로서는 국토부가 2월에 받아쥔 연구용역 결과를 4개월 넘게 관련 논의를 시작조차 못한 것부터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어 차관이 화물연대와 정례협의회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만나 안전운임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위한 국토부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요청해왔으나 현재까지 수용된 바 없다"며 오히려 국토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은 증거라고 반박한다.
특히 국토부가 말하는 '안전운임 TF'도 실체가 없는 핑곗거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이미 화물연대에 TF 취지를 설명했다지만, 공식 제안이 아닌 일선 과장급에서 '물밑 논의'한 수준이어서 구체적인 구성 시점이나 참여 인원 등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파업이 시작되자 국토부가 갑자기 TF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마치 화물연대가 협상을 거부한 것처럼 몰아세운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논의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받던 올해 초까지는 그나마 안전운임제 관련 법 개정 준비작업을 밟아왔지만,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들자 선거와 국회 원 구성 등을 이유로 자의든 타의든 논의 속도를 늦춘 셈이다.
화물연대 "7월 안전운임위 준비해야" VS 국토부 "10월까지 국회 열리면 처리 가능"
노정 간의 진실공방에 감춰진 국토부의 본심이 무엇이든, 안전운임제를 국회에서 논의하기 위한 관련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특히 지난해에는 화주대표위원들이 안전운임제에 반발하며 안전운임위원회를 보이콧했는데, 올해도 화주·운송사 측에서 반발하고 나서면 논의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다. 3년 일몰 기한 탓에 올해 연말이 지나면 자동으로 제도가 소멸된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7월에 열리는 안전운임위원회에서 다음 해 운임을 결정해 10월 31일까지 국토부 장관이 고시하려면 지금 논의를 시작해도 늦을 지경이라고 재촉하고 있다.
반면 어 차관은 "10~11월까지만 국회 위원회 구성이 된다면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안전운임만 해도 올해 2월에야 고시될 정도로 일정은 이전에도 항상 밀려왔고, 얼마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다만 올해는 일몰기한이라는 특수성 탓에 올해 안에 마무리하려면 늦어도 10월까지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