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산업 현장 곳곳에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조합원들에게 이날 오후 2시부터 자동차 부품 관련 차량의 납품과 운행을 전면 중지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화물연대, 부품 운송 '거부'…생존권 위협"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소속 납품 차량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운송 거부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차 납품 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19개 운송업체 소속 화물 노동자 중 70%가량이 화물연대 조합원이다. 현재는 비조합원 차량이 일부 물량을 운송 중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인도 시점이 길게는 18개월까지 걸리는 상황에서 총파업 여파까지 겹치면서 생산 차질 직격탄을 맞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동차산업연합회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자동차 산업을 인질 삼아 파업을 벌인 화물연대를 규탄하고, 사법당국의 법과 원칙에 따른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코로나19 펜데믹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등 글로벌 공급 위기 등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종을 대상으로 파업과 물류 방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극단적인 이기적 행동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강력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완성차 탁송이나 부품 물류 등 자동차 관련 물류 업종은 안전운임제보다 높은 운임을 지급하고 있어 화물연대 요구사항은 자동차 관련 업종에는 해당사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안전운임위원회 등의 활동에 전혀 관여한 바도 없다고 전했다.
한편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는 기아 오토랜드 광명·화성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대한 운송 거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운송 거부가 결정되면 완성차를 운송하는 카 캐리어 운행이 곧 중단될 전망이다. 특히 기아차와 계약한 완성차 운송업체들 소속 카 캐리어 200여 대 중 98%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업계, 화물연대 총파업에 이틀째 출하 중단
시멘트 업계도 이번 총파업으로 시멘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레미콘사에 이어 건설현장으로도 피해가 확산할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전날부터 이틀째 시멘트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화물연대가 전날 시멘트 생산공장 정문과 후문을 사실상 봉쇄했던 단양과 제천, 영월, 옥계(강릉) 지역의 시멘트 공장은 시멘트를 실어 나르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고,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물리적 봉쇄가 없었던 삼척·동해 등 해안사 공장 역시 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멘트협회는 전날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일평균 18만톤) 대비 10%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시멘트 업계의 하루 매출 손실액은 1백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피해 규모는 1천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레미콘업계 한 관계자는 "시멘트 특성상 저장소(사일로·silo)에 넣을 수 있는 물량이 한정돼 있고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비축량은 많아야 3~4일치"라며 "내일부터는 비축량이 동나 생산이 중단되는 공장들이 대거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철강 업계도 '예의주시'…장기화 땐 타격 불가피
한국타이어는 대전과 금산 공장에서 생산된 타이어 출하에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화물연대는 전날 대전공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공장의 차량 출입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출정식으로 전날 대전공장에서는 사실상 물량 반출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대전과 금산 공장에서 평소 출하량의 절반에 못 미치는 물량을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평택·곡성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금호타이어는 하루 평균 8만3천개에 달하는 타이어를 출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물류센터로 미리 이동시킨 재고 물량을 소진하고 있지만, 출입구 자체가 봉쇄된 상태다 보니 공장 자체의 유통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타이어 업계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공장에 재고 물량이 쌓이면서 수출과 내수 판매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체들의 제품 출하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하루 물동량 약 4만9천톤 가운데 약 2만톤 출하가 중단됐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이틀 연속으로 하루 출하하는 9천톤 물량이 전혀 나가지 못하고 있다.
철강 업계는 선박이나 철도를 통한 출하 등으로 파업에 대비하면서 일부 물량은 사전 출하 및 운송사와 별도 협의를 통해 출하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 직격탄…수도권 물류 거점 물동량 대폭 감소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주류 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일시 셧다운된 하이트진로 청주 공장은 오늘 출고를 재개했지만 정상 출고량의 38%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이 대부분인 오비 맥주도 대체 화물을 구해 겨우 20%만 출고가 이뤄지고 있다.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에서는 이날 주류 출고 차량 막아선 노조원 15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또한 하이트진로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가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수도권 물류 거점들의 물동량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ICD)에 따르면 올해 화요일 하루 평균 반출입량은 4371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이나, 파업 첫날인 7일 반출입량은 631TEU에 그쳤다. 평상시 화요일 물량의 14.4%에 불과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