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주위에는 '투쟁'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이날 자정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는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붉은색 머리띠를 두른 채 집회를 진행했다.
의왕 ICD는 38만㎡ 규모의 컨테이너 야적장을 갖춘 곳으로, 매년 13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가 오가는 수도권 물류 허브다. 부산항 등 전국에서 올라오는 물류 컨테이너를 하역,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화물연대 서울경기본부 노조원 1천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쯤 이곳에서 총파업 발대식을 열었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그동안 화물 운송료 책정 기준이 없어 자본은 최저입찰을 강요해 운반비를 깎고, 운송사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모두가 안전 운임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이어 노조원 600여 명은 또다른 물류 거점시설인 평택항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기동대 등 경찰 병력 800여 명을 배치했다. 경찰은 노조원들과 약 20m 떨어진 곳에서 대기했다. 다만, 이날 의왕 ICD로 오고가는 물류량이 적어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화물연대 측이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상태여서 물류단지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의왕 ICD 제2터미널에 모인 노조원들은 "(의왕 ICD에서) 움직이는 트럭이 없어서 아직까진 조용하다"면서도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끝까지 투쟁해달라"고 강조했다.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전차종·전품목 확대 △유가 급등에 대한 대책 마련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안전운임제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3년 일몰제에 따라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안전운임제는 연료비와 연동되는데, 현재 경유값 폭등이 이어지고 있어서 일몰제 폐지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량 등 전체 화물차량의 6.5%에만 적용되는 안전운임을 전차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 서울경기본부 이광재 본부장은 "안전운임이 없어진다면 물류노동자들의 안전문제와 생활고 등이 예상돼 폭동이 일어날 것 같다"며 "현재 안전운임이 적용되는 차량은 6.5%에 그치는데, 전차종과 전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