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6개월 만에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반도체 장비 업체 등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인수합병(M&A)의 윤곽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45분쯤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전세기편을 이용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18일까지 네덜란드와 독일, 프랑스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구체적인 출장 일정과 인수합병(M&A) 계획, 취업제한 규정 위반 논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따로 답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취재진을 향해 "잘 다녀오겠다"며 목례를 하고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이 떠난 이날은 부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9년 전인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전 세계 임직원들을 불러 모은 뒤 경영전략회의를 갖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선언'을 한 날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우선 에인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만들기 위한 필수 설비인 EUV 장비는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네덜란드 방문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출장에서 삼성의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관련해 가시적 성과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의 유력 M&A 대상으로 꼽혀온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네덜란드), 인피니온(독일) 등이 유럽에 있다.
또 영국에 있는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ARM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ARM은 최근 M&A 매물로 다시 시장에 나왔으며 삼성전자는 ARM의 설계자산(IP)을 반도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같은 해 11월 미국으로 11일간 출장을, 12월에 3박 4일간 아랍에미리트(UAE)로 중동 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법원에 미리 불출석을 요청해 재판부를 이를 허가하면서 12일에 이르는 장기 출장이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