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은 칠레전을 앞두고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칠레전을 마친 뒤 홀로 대표팀을 떠나 입대하는 상황. 물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덕분에 기초군사훈련만 마치면 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군 입대는 기분이 묘할 수밖에 없다.
황희찬은 지난 5일 칠레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칠레와 경기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칠레전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약속을 지켰다.
황희찬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기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자리. 손흥민이 최전방 원톱으로 나서면서 황희찬은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배치됐다.
힘이 넘쳤다.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전반 12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정우영(SC 프라이부르크)가 찔러준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수비를 무너뜨린 한 박자 빠른 슈팅, 그리고 골키퍼가 손조차 뻗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슈팅이었다.
황희찬의 A매치 통산 8호 골이다. 지난해 11월11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아랍에미리트(UAE)전 페널티킥 골 이후 7개월 만의 골이다.
특히 한국 축구 역사상 칠레를 상대로 처음 골을 넣은 선수로 기록됐다. 앞서 한국은 칠레와 2008년과 2018년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첫 대결은 0대1 패배, 두 번째 대결은 0대0 무승부였다. 황희찬도 2018년 맞대결에서는 선발로 나선 경험이 있다.
후반 추가시간 나온 손흥민의 그림 같은 프리킥 골 역시 황희찬의 지분이 크다. 황희찬이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뒤 파울을 얻어냈다.
약속을 지킨 황희찬은 칠레전 종료와 동시에 소집 해제됐다. 황희찬 외 나머지 선수들은 외박 후 7일 저녁 3차전(파라과이) 장소인 수원으로 재소집되지만, 황희찬은 이틀을 쉰 뒤 9일 논산훈련소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