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지로 유럽국가인 스페인이 유력시 되고 있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6일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에 대해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나토 정상회의 참석 국가들이 대부분 서방국가인 만큼 우리나라가 나토에서 어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을 마지막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대통령실 경호팀과 의전팀 등은 이번달 29일부터 이틀 간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사전 답사를 마친 상태다. 대통령실은 내부적으로도 참석하는 방향으로 방점을 찍고 대통령 일정 등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첫 해외 순방지로 미국을 선택해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예외 없이 첫 해외 방문지는 미국이었다. 그만큼 한미 관계는 군사·경제적으로 최우선시돼 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열흘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박 3일 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윤 대통령의 답방은 이르면 7월이나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나토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 나아가 서방국가들과의 외교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토는 비회원국인 우리나라와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 정상을 처음으로 초청했다. 나토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치' 공조 강화 尹…한일 정상회담 성사 주목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한미정상회담 때부터 강조해온 '가치' 중심 외교의 연장선상으로도 볼 수 있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강조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20일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역시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순방의 관전 포인트는 나토 정상회의 일정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만남 여부다.
한·일 정상은 2019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2년 반 동안 직접 대화하지 못했다. 2019년 7월 일본의 경제·무역보복 조치와 과거사 문제 등으로 갈등이 깊어지면서 양국의 경색된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아직 우리나라나 일본 모두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을 미리 언급할 수는 없다"며 "현재로서는 양국이 직접 소통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이 유력한 만큼 기시다 총리와의 만남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본 NHK방송과 교도통신 등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또 한국 측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일본 측에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일 정상의 만남은 미국 측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해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기동 수석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스페인에서 열린다는 점이나 한일 관계가 오랫동안 악화돼 있었다는 점에서 회담 장소로 보나 시기적으로보나 이번에 한일 정상이 회담할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한·미·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에 한일 관계도 개선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일 관계는 일본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결국 정상 간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며 "어느 정도 경색된 관계를 풀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정도는 합의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