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전쟁 중이었다. 플레이오프 토너먼트 역시 3개월이나 미뤄진 상태. A조 국가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제대로 손발을 맞출 상황도 아니었다. 우크라이나 수비수 올렉산드르 진첸코(맨체스터 시티)는 "본선 진출의 감격을 국민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스코틀랜드를 꺾고 올라온 결승. 상대는 웨일스였다. 우크라이나는 전선의 군인들이 보내온 국기를 원정 라커룸이 달아놓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꿈은 웨일스 골키퍼 웨인 헤네시의 선방쇼에 막혔다.
우크라이나는 6일 웨일스 카디프의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토너먼트 A조 결승에서 웨일스에 0대1로 패했다.
우크라이나는 계속해서 웨일스 골문을 두드렸다. 볼 점유율은 63%. 슈팅은 24개(유효 9개)였다. 빅토르 치한코우, 진첸코, 아르템 도우비크 등의 슈팅 9개가 웨일스 골문으로 향했지만, 헤네시를 뚫지 못했다. 헤네시는 9개의 유효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유효 슈팅 9개로 골을 넣지 못한 것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다.
반면 웨일스는 개러스 베일의 프리킥 한 방으로 승부를 끝냈다. 전반 33분 베일의 프리킥이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야르몰렌코의 머리에 맞고 골라인을 통과했다. 야르몰렌코의 자책골.
진첸코는 경기 후 "먼저 우리가 받은 지원에 대해 감사드린다. 우리는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 쏟았다"면서 "웨일스는 훌륭했고, 헤네시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믿을 수 없는 선방이었다. 우리는 질 경기력이 아니었다. 웨일스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는 감정이다. 국민들에게 좋은 감정을 줄 수 있었다면 우리도 좋다"면서 "아쉽게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웨일스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무려 6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웨일스의 전설 라이언 긱스 시절에도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뤘다. 웨일스는 지난 4월 조 추첨 결과에 따라 잉글랜드와 이란, 미국이 있는 B조에 들어갔다.
헤네시는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웨일스 국가대표로 뛰면서 최고의 경기였다. 베일의 프리킥은 위험하다. 정말 놀라운 재능이기에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