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탓만 할 수 없다" 대검은 후속 법령 정비 중

이원석 총장 직대 "바뀐 법만 탓할 수 없어", "후속 법령 철저 정비" 메시지
대검 각 부서마다 검수완박 법안 대비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 차장검사). 박종민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국면에서 법안 자체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췄던 검찰이 이제는 통과된 법안 실행에 대비한 후속 조치에 한창이다.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신하고 있는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 차장검사)는 첫 출근부터 계속해서 "법률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조직 재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차장검사는 지난달 23일 첫 출근길부터 검수완박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바뀐 법만 탓할 수 없다며 전력을 다해 수사와 기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흘 후에 열린 월례회의에서도 개정법의 문제점만 탓하고 있을 순 없으므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신속히 관련 기관 협의와 협업을 진행하고 후속 법령을 철저히 정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검찰이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반대했지만, 그렇다고 시행되는 법안에 손을 놓는다면 일선에선 혼란이 더 커지므로 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검은 기획조정부를 중심으로 각 부서마다 검수완박 법안에 대비하는 후속 조처를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개정 형사소송법의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동일성' 개념을 어떻게 정립할 지다. 형사소송법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는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까지만 가능한 것으로 정리가 됐다. 문제는 동일성이라는 개념의 모호함이다. 기소 이후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결정할 때 피고인의 방어 차원에서 쓰인 개념이라, 피의자가 "동일성을 벗어난 수사와 기소"라며 수사와 기소 자체에 시비를 거는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형사부 등에서는 동일성이라는 개념 구체화부터 이에 대한 개념 정의를 시행령이나 규칙 등 어디에 넣을 지도 고심 중이다. 국회에서 논의됐던 형소법 입법 취지에는 공범이나 추가 피해를 확인하면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고 언급돼 있어 동종 범죄까지는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이를 수사까지 접목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황진환 기자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올해 만료되는 탓에 이 부분도 시급히 재정비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제4조에 있던 검사의 수사 범위를 삭제해 '부패범죄·경제범죄 등'이라는 내용만 남겼다. 단, 선거범죄의 경우에만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검찰 수사 범위를 삭제했다는 논란이 일자 올해 말까지 수사 기간을 연장했다. 검찰은 대선과 지방선거 공소시효가 각각 9월, 12월에 만료되는 만큼 수사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는 한편 향후 선거범죄에서 수사 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 중이다. 경찰과 선관위 등과의 협력 방법을 포함해 선거 범죄에만 국한된 너무 짧은 공소 시효 개선 등도 논의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의 숨 가쁜 전열 재정비는 이 차장검사의 지시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이 차장검사는 월례회의 때는 "개정법 시행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각자의 위치에서 1분 1초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위국헌신 검찰본분(爲國獻身 檢察本分)의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말한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대검 각 부서에 귀양 살이 중 '목민심서'를 쓴 다산 정약용을 언급하며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마음으로는 목민의 생각이 가득한 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실행할 수 없으니 유배인 다산의 비애가 어떠했겠냐"며 "우리는 눈 앞에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기쁘게 생각하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검수완박 법안 개정으로 검찰의 입지가 좁아졌지만,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이에 대해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 때가 있고 일을 제대로 못해서 힘든 때가 있다"면서 "현재는 일이 많아서 힘들지만 제대로 하는 것 같아 과거에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힘든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대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검은 원래 이렇게 바쁜 곳이고 이렇게 일을 하는 게 맞다"면서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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