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참패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책임론'을 두고 친명계와 친문계의 갈등이 주말 간 격화되고 있다. 친문계(친문재인) 측은 이 의원의 책임을 거론하며 당권을 견제하고 친명계(친이재명)는 일부 의원들이 '이재명 죽이기'를 기획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당장 이번주 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부터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친문 "잘못은 잘못"…친명 "이재명 죽이기 기획"
친문 성향의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5일 SNS에 '잘못을 잘못이라고 하는 게 잘못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냉정한 평가와 반성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방식이 몇 가지 있다"며 친명계를 비판했다.
신 의원은 "그 누구의 책임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책임의 경중을 흐리는 방식"이라며 "특정인과 그 특정인을 둘러싼 이들의 잘못은 사라지고 모든 문제는 당 내부의 구조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상처를 덧내고, 작전을 일삼고, 분열을 일으키는 사람들로 몰아간다"며 "평가를 사심과 결부시켜 오히려 자신들의 행태가 본질적으로 사심과 당권 추구에 있다는 걸 가리려 한다"고 친명계를 암시했다.
그러면서 "대선과 지선 평가를 외부에 위탁하자고 주장한 건 우리 내부가 구조적으로, 고질적으로 자체 평가를 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진짜 작전을 했던 이들이 작전을 운운하고 진짜 당에 깊고 큰 상처를 남긴 이들이 상처를 운운하고 더 큰 분열로 당을 몰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분열을 운운하는 세태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친문 계열 김종민 의원도 "'이재명 책임론'은 이재명을 지키자, 죽이자가 아니라 민주당의 민주주의가 이대로 좋은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대선 때 심판받은 후보가 바로 지역구에 교체 출마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로 민심과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후보는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 보궐에 출마해 당선됐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도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이 당시 상임고문이 1시간 동안 부탁해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았다는 박지현 비대위장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박지현 비대위장을 위원장으로 맡긴 사람은 이 의원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위원장의 586용퇴론 주장으로 내홍을 겪었는데 결국 지선 패배에 이 의원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그러자 이 의원을 비호하는 친명계도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친문계가 조직적인 '이재명 죽이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 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의 발언 역시 잘 짜인 드라마 각본을 보는 것 같았다"며 "우리의 부족함을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네 탓 타령'이 가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은 민주당 정치인들의 패배를 먼저 반성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한다"며 "단 하루도 못 참고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이재명 책임론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하고 계신다"고 지적했다.
친명계 현근택 변호사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의원만을 공격했는데 민주당에서도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힘 대표가 하는 말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기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의 글도 올렸다. 상대적으로 이 의원 지지세가 강한 권리당원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기 위해서다.
민주당 내부 "참담한 심정"…이번주 비대위 구성부터 '난망'
이같은 민주당 내홍에 일각에서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 지선 패배에 이어 계파갈등까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하루 빨리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내부 계파 갈등보다는 앞으로의 민주당 역할에 기대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갈등을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대선과 지선 패배를 놓고 친문 대 친명 삿대질이 웬 말인가"라며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간곡히 호소한다. 아책여의(내 탓이고 너도 옳다)가 어법상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당에 말하고자 하는 뜻은 이렇다"며 "모든 것이 네가 옳다고 말하진 못하더라도 너 역시 옳다고 말하는 자세를 가져보자"고 호소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떠오르는 요즘 민주당 집안 사정"이라며 "2연패했으니 노선투쟁 등 피터지게 싸우라 했지만 그 싸움이 민생 및 개혁 방향타는 실종되고 인신공격만 난무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이 납득하는 싸움을 해야지 너죽고 나살자 한다면 3연패가 기다릴 뿐"이라며 "이런 싸움은 그만해야 한다. 그리고 일하면서 진짜 싸움을 해야 한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대사처럼 총구를 앞으로 돌려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경제, 특히 물가대책에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야당답게 싸울 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지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장 당의 쇄신을 이끌 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당무위원 연석회의를 통해 혁신형 비대위를 꾸리기로 뜻을 모았다. 당은 이번주 중 비대위를 세울 계획이지만 계파 간 갈등 격화로 첫발 떼기도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는 내부에서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이 의원이 당권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선출직 지도부를 통해 당 내 갈등을 최대한 빨리 봉합하고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새로 꾸려지는 비대위는 쇄신보다는 다음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반면 당헌·당규대로 각 시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장 구성부터 시작할 경우 조기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친문계 사이에서는 시간을 두고 지난 지선 과정에서의 '이재명 책임론'을 철저히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이 경우 새 비대위에서의 혁신과 개혁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