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쥬라기' 피날레, 과거와 현재가 만나 '공존'을 말하다

외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외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1993년부터 2022년까지 29년 동안 전 세계 영화 팬들과 함께해 온 할리우드 대표 시리즈 '쥬라기'의 시대가 피날레를 맞이했다. 역사와 과학 속에 머무르던 '공룡'이란 생명체를 현재에 소환해 영화적 즐거움은 물론 생명의 가치까지 이야기했던 시리즈는 '공존'으로 마무리한다. 이를 위해 오리지널과 리부트 시리즈 주역들이 한데 모여 다시 없을 마지막 여정에 나섰다.
 
공룡들의 터전이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이 파괴된 후 마침내 공룡들은 섬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출몰한다. 지상에 함께 존재해선 안 될 위협적 생명체인 공룡의 등장으로 인간은 인류 역사상 겪어보지 못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렇게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 자리 걸고 인간과 공룡 간 최후의 사투가 펼쳐진다.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감독 콜린 트레보로우, 이하 '도미니언')은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공룡들로 인해 인류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지구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걸고 인간과 공룡이 최후의 사투를 펼치는 지상 최대의 블록버스터다. 무엇보다 영화가 남다른 의미를 갖는 건 29년의 장대한 여정을 마칠 시리즈의 피날레라는 점이다.
 
외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지난 1993년 마이클 크라이튼의 SF 소설 '쥬라기 공원'을 원작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길 아래 탄생한 영화 '쥬라기 공원'은 전 세계에서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폭발적인 흥행을 보인 작품이다. 이후 '쥬라기 공원 2: 잃어버린 세계'(1997) '쥬라기 공원 3'(2001) 등 세 편의 영화 모두 흥행하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마지막 시리즈 이후 14년 만인 지난 2015년 '쥬라기' 시리즈의 4번째 영화이자 리부트 시리즈의 첫 작품인 '쥬라기 월드'를 시작으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 모두 전 세계 영화팬과 '쥬라기' 시리즈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시리즈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도미니언'은 피날레를 장식하는 영화인 만큼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역과 리부트 시리즈의 주역이 한자리에 모여 시리즈 팬들에게 추억과 선물을 전달한다.
 
오리지널 시리즈인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역인 고식물학자 엘리 새틀러 역의 로라 던, 혼돈 이론 학자 이안 말콤 역의 제프 골드브럼, 고생물학자 앨런 그랜트 역의 샘 닐 등 오리지널 삼인방이 뭉쳤다는 것 자체가 개봉 전부터 '도미니언'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오랜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도미니언'은 오리지널 캐릭터를 클라이맥스 혹은 영화 피날레를 위해 잠깐 등장시키는 게 아니라, 오리지널 시리즈 삼인방에게 처음부터 주요한 임무를 맡기고 리부트 시리즈 주역 오웬 그래디(크리스 프랫), 클레어 디어링(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과 함께 주도적으로 마지막 시리즈의 미션을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외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밌는 건 오리지널 캐릭터와 리부트 캐릭터의 초반 여정을 따로 나눠 진행하면서 두 그룹의 여정이 지닌 스타일 또한 다른 형태를 보인다는 점이다. 납치된 메이지(이사벨라 써먼)와 블루의 자식 베타를 찾으려는 오웬과 클레어의 여정 하나, 백악기 시대 메뚜기떼 습격 사태의 원인을 찾아내고자 거대 기업 바이오신에 침투하게 된 엘리와 앨런의 여정 하나, 이렇게 두 개의 여정이 따로 시작해 결국 하나로 합쳐지고 신구의 만남을 통해 하나의 결론으로 다다른다.
 
영화 초반 몰타에서 벌어지는 오웬과 클레어, 새로운 캐릭터 케일라(드완다 와이즈)가 랩터들과 벌이는 액션 시퀀스는 마치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 시리즈에서 볼 법한 액션과 카메라 워킹을 보여준다. 좁은 골목 사이를 누비는 오토바이를 탄 오웬과 랩터 사이 추격전, 지붕 위를 넘나드는 클레어와 랩터의 추격전 등은 빌런들을 랩터라는 육식 공룡으로 설정했을 뿐 그 형식과 구현은 '미션 임파서블' 류의 스파이 액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반면 오리지널 시리즈 캐릭터인 엘리와 앨런, 이안의 여정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처럼 모험 영화의 형태를 지닌다. 엘리와 앨런이 고식물학자, 고생물학자라는 지점에서도 더더욱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리게 하는데, 바이오신에 잠입해 백악기 메뚜기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바이오신의 수장 루이스 도지슨(캠벨 스코트)에게 들켜 바이오신 지하로의 모험이 시작된다. 공룡들의 위협을 피해 바깥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레전드의 활약은 팬들에게는 그저 기쁘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셋의 케미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오리지널 주역들이 단순하게 리부트 시리즈의 새로운 주인공들의 조력자로만 남지 않고 주체적으로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것 역시 '쥬라기' 시리즈가 오리지널 시리즈를 위한 헌사이자, 시리즈 마지막 장을 제대로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다. 영화를 이처럼 이야기 전개 방식과 역할 등을 통해 오리지널과 리부트 인물들 모두가 '쥬라기' 시리즈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말한다.
 
외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오웬과 클레어의 스파이 블록버스터 류의 액션 시퀀스가 등장하는 몰타 외에도 영화는 그동안 다소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펼쳐졌던 '쥬라기' 시리즈의 외연을 확장해 여러 장소와 그곳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공룡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이슬라 누블라 섬을 벗어나 인간 세상에 발 들이게 된 공룡들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며 이미 '쥬라기' 시리즈가 더 이상 제한된 장소가 아닌 인간 세상으로 배경과 이야기가 확대되고, 이를 통해 인간이 현재에 강제로 소환한 공룡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정립할 것인지 이야기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하며 끝났다.
 
'도미니언'은 전편의 이야기와 장소를 확대해 인간으로 인해 현대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는 공룡들과 인간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 나가야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오리지널 시리즈와 리부트 시리즈 전반에 걸쳐 항상 공룡을 이용하려 하는 인간들이 존재했고, 인간 세상에 퍼진 공룡들을 착취하고 이용하는 방식은 한층 더 다양해지고 불법적으로 이뤄진다. 가축화되거나 밀렵의 대상인 현대의 동물들이 겪는 일을 공룡들 역시 겪고 있다.
 
이제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공룡의 모습은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들과 그들의 위협을 은유한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지만 여전히 착취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일방적인 시각에 일침을 가하면서 공룡, 즉 지구상의 생명들과 진정한 '공존'을 이어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게끔 만든다.
 
외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도미니언'은 시리즈 전반에 걸쳐 악당들이 보여준 자연과 생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한 생각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고, 공룡을 현대로 소환해 낸 장본인인 헨리 우 박사의 결자해지와 공룡과 인간의 공존이란 새 세계의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가치가 필요함을 영화를 통해 전달한 것이다. 오랜 시간 영화 팬들과 함께해 온 '쥬라기'의 역사가 이렇게 끝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도미니언'은 오랜 시리즈의 추억을 소환하고 장대한 여정을 이어온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를 마음껏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쥬라기' 시리즈의 엠블럼을 구현한 시퀀스, 오웬과 블루의 우정, 블루 판박이 베타의 등장 등은 '쥬라기' 시리즈 팬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팬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오리지널과 리부트 주역들에게 헌사를 바치며 긴 여정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147분 상영, 6월 1일 전 세계 최초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메인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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