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검찰의 인사 시계가 가파르게 돌아가면서 검사들의 사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달 단행한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라인을 대거 요직에 발탁했다. 조만간 이뤄질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이 같은 '코드 인사'가 재현될 것이라는 해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면서, 일선 검사부터 고위 간부급 검사들까지 서초동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1 지방선거를 전후로 부장검사급 간부들의 줄이탈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일단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공안 업무를 담당하는 부장검사 3명이 한번에 사의를 밝혔다.
최창민 공공수사1부장과 김경근 공공수사2부장, 진현일 산업안전범죄전담부장 등 이번에 사표를 제출한 세 명 중 2명은 사법연수원 32기로 이번 정기인사에서 차장검사 승진 대상자다. 법무부는 연수원 32기 검사들에게 전날(3일)까지 인사검증 동의서 제출을 통보했다.
한동훈 장관 취임 후 부활한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의 핵심 인력인 김락현 금융조사2부장(연수원 33기)도 최근 사직 의사를 지휘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합수단은 향후 대대적인 재수사가 예고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쥐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그 중에서도 라임 사건 수사를 최근까지 맡아 이끌어온 인물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이탈 움직임을 두고, 향후 정기인사에서 홀대가 예상되는 '비특수' 라인의 중견 검사들이 스스로 검찰을 떠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사직 희망자들이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직 의사를 밝히는 것은 검찰 관례로 여겨진다.
정기인사를 앞둔 검사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첫 인사 때 검사장부터 평검사까지 사표를 낸 검사가 70명에 달했다"라며 "이번에도 역사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떨어진 사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일선 검사들 반응도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공석인 검찰총장 임명 없이 중간간부 인사를 소폭이라도 조만간 단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우선 이달 7일 출범을 앞둔 인사정보관리단에 최소 3명의 검사가 이동해야 한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등 대형 사건 수사가 맞물린 중앙지검이나 남부지검의 주요 수사 라인을 재정비하는 일도 우선 순위가 시급하다. 한 재경지검 소속 부장검사는 "지휘부에서 시작된 성과 압박이 이미 일선에 전달되고 있는 분위기다. 수사 일정을 고려하면 7월 이후 부장검사 인사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정기인사는 앞선 인사와 달리 검찰인사위원회를 거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한 장관이 총장 직무대리인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와 협의를 한 뒤 인사위를 열 경우 절차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 법무부 관계자는 인사 일정에 대해 "통상의 절차대로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