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피고인 이은해(31)·조현수(30)의 엄벌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피해자 유족 "이은해·조현수, 반성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아"
피해자 A씨(사망 당시 39세)의 누나는 이은해와 조현수의 첫 재판이 열린 3일 인천지법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며 "3년간 받았던 고통을 이은해와 조현수가 똑같이 겪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A씨의 매형도 "이은해와 조현수가 입장할 때 고개도 숙이지 않고 반성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그는 또 "이은해와 조현수 등 2명이 (범행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조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명확히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에는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이규훈) 심리로 일명 계곡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돼 살인과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은해와 조현수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이 열린 인천지법은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보여주듯 재판 시작 전부터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북적였다. 전날 인천지법 정문에는 피해자 A씨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가평 계곡사건 네티즌 수사대 일동' 명의로 도착하기도 했다.
법정에 방청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앉을 자리가 부족하자 일부 방청객은 선 채로 재판을 지켜봤다. 이은해 등과 같은 법정에서 재판 일정이 잡힌 다른 사건의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은 붐비는 법정 밖으로 나와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살인과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은해와 조현수는 앞서 사선변호인 2명을 공동 선임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들 중 1명만 출석했다.
변호인, 혐의 인정 여부 안 밝혀…재판 20여분만에 끝나
변호인은 공소사실과 관련해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재판부의 물음에 "증거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했는데, 거절돼 공소사실과 관련한 의견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 측에 협조를 요청해 변호인 측이 기록을 빨리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한 뒤, 다음 재판에서 피고인 측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날 이은해와 조현수는 녹색 수의를 입고 비교적 태연한 모습으로 법정에 출석했으며, 재판부의 물음에도 또박또박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인정 신문 과정에서 이은해는 거주지 주소를 묻자 "마지막 거주지의 번지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검찰이 20여 분에 걸쳐 공소사실을 전하는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얼굴을 든 채 경청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이 법정에서 공소사실만 밝히고 20여 분만에 끝났으며 다음 재판은 이달 30일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남편 심리적 지배해 경제적 착취한 뒤 보험금 노려 살해한 혐의
이은해는 내연관계에 있는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A(사망 당시 39세) 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씨를 계곡으로 데려가 스스로 다이빙을 하게 유도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A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은해가 2011년부터 A씨와 교제하기 시작한 뒤 심리적 지배 이른바 '가스라이팅'해 경제적 이익을 착취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A씨가 퇴사와 대출 등으로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자 A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조현수와 공모해 범행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검찰 소환 조사에 불응, 4개월 간 도주하다 지난 16일 경기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