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온 거 아니네…세계랭킹 1위가 보여준 '브라질 쇼'[노컷B]

   
코스모진여행사 페이스북 캡처

선수들이 너무 안일하게 준비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남산타워와 놀이공원은 물론 클럽까지 갔으니까요. 여권을 분실해 주한 브라질 대사관에서 재발급하는 선수도 있었습니다. 그 히샬리송(에버턴) 맞습니다.
   
브라질은 한국과 평가전을 위해 지난 26일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를 포함한 선발대가 일찌감치 입국했습니다. 이후 행보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훈련 시간 외에는 한국 관광을 했습니다.

단체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돌았습니다. 마치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 같았죠. 인증샷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맞습니다.
   
네이마르 인스타그램 캡처

걱정이 들었습니다. 브라질이 한국과 경기를 대충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됐죠. 이런 식이라면 평가전을 설렁설렁 뛸 듯했습니다.
   
훈련을 보면 또 그렇지 않았습니다. 브라질은 평가전을 앞두고 공식 훈련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훈련 전에는 장난이 넘치고 웃음도 많았습니다.

본격적으로 훈련이 시작되자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브라질 선수들은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습니다. 놀이공원에서 찍힌 사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브라질 대표팀 치치 감독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는 훈련장에서 큰 목소리를 내며 선수들을 지시했습니다. 옆에서 감독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지시하는데 누가 대충할 수 있을까요.
   
네이마르가 29일 오후 경기도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팀 훈련 도중 장애물 통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들에게 자유 시간을 허락한 것도 치치 감독의 전략이었습니다. 시차 적응을 제대로 못 하면 훈련이나 경기 중 부상이 발생할 수 있기에 여유롭게 경기를 준비했던 것이죠. 치치 감독은 이를 두고 "삶의 지혜"라고 표현했습니다.
   
팬 서비스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브라질 대표팀이 향하는 훈련장 입구에는 사인을 받기 위한 팬들로 붐볐습니다. 브라질 대표팀은 훈련장을 오가며 자신을 기다리는 한국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습니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평가전 전날인 지난 1일, 네이마르가 공식 훈련 중 오른발을 붙잡고 주저앉았습니다. 네이마르의 부상 소식은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SNS에서는 탄식이 쏟아졌습니다. 네이마르의 몸 상태를 걱정하면서도 경기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 공존했습니다. 3년 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노쇼' 사태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벤투호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네이마르가 오른쪽 발등을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마르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월드컵경기장 약 6만4000석 티켓은 모두 매진된 상황. 팬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네이마르는 경기 전날 밤 부어오른 오른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바로 다음 날 경기인데 경기를 뛰는 게 힘들 듯했습니다.
   
기우였습니다. 2일 한국과 친선경기 당일, 네이마르는 선발 출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네이마르와 함께 공격수는 하피냐(리즈 유나이티드), 히샬리송(에버턴)이 출격했습니다.

미드필더는 카세미루(레알 마드리드). 프레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루카스 파케타(리옹)가 뽑혔습니다. 수비는 알렉스 산드루(유벤투스), 마르키뉴스(파리 생제르맹), 치아구 시우바(첼시), 다니 아우베스(FC바르셀로나)가 나섰고 수문장은 베베르통(팔메이라스)이 맡았습니다.

하나같이 쟁쟁한 선수들이었습니다.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백승호가 브라질 하피냐를 막고 있다. 연합뉴스

최정상급 선수들이 펼치는 화려한 경기.

개인기는 물론이고 패스, 슈팅까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평소라면 원정팀에 야유를 보내겠지만 팬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홈에서 벤투호를 응원하는 게 당연하지만 브라질 선수들도 함께 응원했습니다. 수비 때도 몸을 날렸습니다. 브라질 대표팀은 전력을 다했습니다.
   
팬들은 부상임에도 끝까지 경기에 나서준 네이마르에게 특히 고마워했습니다. 네이마르는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넣고 후반 33분 교체됐습니다. 교체 순간에도 팬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경기를 이기고 있었지만 브라질은 교체 카드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일정을 소화했던 파비뉴(리버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습니다. 가브리에우 제주스(맨체스터 시티), 필리피 코치뉴(애스턴 빌라)도 마지막에 투입됐습니다.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서 5대 1로 승리한 브라질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경기 결과는 브라질의 5 대 1 완승.

경기 종료 후 네이마르는 신발을 벗은 채로 그라운드에 들어와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이어 경기를 보러 온 한국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아름답게 퇴장했습니다. 라커룸에 들어가서는 벤투호의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유니폼도 교환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또 있습니다. 경기가 끝났지만 브라질 대표팀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했습니다. 팬들이 지켜볼 수 있도록 일정 시간 공개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팬들도 경기장을 나가지 않고 브라질 대표팀의 훈련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 비공개 훈련으로 전환해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점검했습니다.

누가 브라질이 한국에 놀러 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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