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재판이 3일 재개된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부가 조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담은 '동양대 PC'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공판 절차는 멈춰섰다. 검찰은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고,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이 나올 때까지 소송 절차는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난 4월 재항고를 포기해 기피신청 절차는 마무리되면서 약 5개월 만에 조 전 장관에 대한 재판은 재개된다.
재판이 공전하는 동안 동양대 PC에 대한 새로운 판단도 나왔다. 대법원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와 관련한 최종심에서 해당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동양대 PC'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가 찍히면서 조 전 장관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은 인정한 동양대PC…바뀐 재판부의 판단은?
검찰은 지난 1월 14일 공판에서 조 전 장관 부부 자산관리사 김경록씨를 증인 신문하며 문제의 '동양대 PC'를 증거로 제시하려고 했지만, 재판부의 제지를 받았다. 해당 PC는 압수수색 중 동양대 조교에 의해 임의제출 됐는데, 정 전 교수가 없는 자리에서 제출됐으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부부의 딸 조민씨의 일명 '입시용 7대 스펙'이 발견된 PC로, 정 전 교수가 별도로 기소된 사건의 1·2심에서 모두 유죄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다.이에 검찰은 '편파 진행'이라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고, 법원은 "중요 증거를 재판에서 배제하겠다는 불공평한 예단과 심증을 가지고 증거 불채택 결정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1월 27일 해당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 조 전 장관 재판부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대법원은 "압수의 필요성과 관련성이 모두 인정된다"며 "각 PC에서 추출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절차에 정 전 교수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각 PC나 PC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정 전 교수의 소유·관리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며 "당시 동양대 측이 포괄적인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하고 있는 상태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PC에는 '7대 스펙' 중 일부인 발견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와 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 실습수료증 및 인턴십 확인서가 보관돼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이 두 서류를 작성하거나 허위 발급받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1심 재판부에 판단을 다시 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재판부 역시 재고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대 PC가 증거로 받아들여지면 조 전 장관에 대한 유죄 판결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8월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하려던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장관의 입시비리 1·2심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증거은닉교사는 이미 인정된 바 있다. 조 전 장관이 향후 수사에 대비해 자택과 동양대 PC를 숨기기로 하고 김경록씨에게 은닉을 지시한 것이다.
이밖에도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받은 장학금에 대해서는 뇌물수수와 부정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친문'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엇갈린 법정 증언
조 전 장관은 친문(親文) 인사로 분류되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들이 유 전 시장이 친노·친문 핵심인사인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감찰을 벌였다가 윗선 지시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에서 시작한다. 검찰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2017년 당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겼다. 조 전 장관이 수천만원대 뇌물성 금품 수수 비위를 네 차례 보고받고도 청와대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혐의(직권남용)이다.2년 전 공판에서는 조 전 장관 측과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의 증언이 엇갈렸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검찰은 감찰이 중단됐다고 하지만, 중단이 아닌 종결"이라며 "청와대 특감반은 강제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혐의를 부인하는 유씨에게) 법률상 더 이상 뭘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반장은 "친문 인사들의 유재수 구명 활동으로 심적 압박을 받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의 밑에서 근무했던 이 전 반장이 사실상 조 전 장관의 혐의에 힘을 싣는 진술을 한 것이다. 한편, 유 전 부시장은 이미 대법원에서 뇌물수수·수뢰 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