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오싹함부터 희열까지…감독의 '범죄도시 2' 제작기

영화 '범죄도시 2' 이상용 감독 <본편>
영화의 시작, 액션 그리고 마동석

영화 '범죄도시 2' 이상용 감독.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개봉 첫날 천만 영화 '기생충'(2019) 이후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 개봉 2일 만에 100만 돌파, 개봉 4일째 200만 돌파, 개봉 5일째 300만 돌파, 개봉 7일째 400만 돌파, 개봉 8일째 코로나19 시대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 등극. '범죄도시 2'가 개봉 이후 세운 기록들이다.
 
'범죄도시 2'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손석구)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 형사들이 돌아오며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침체했던 극장가가 되살아나고 있다.
 
시원시원한 액션과 특유의 코미디, 그리고 시리즈의 중심을 잡고 있는 배우 마동석을 비롯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활약이 빚어낸 결과다. 그 최종 결과물인 '범죄도시 2'를 만들어 낸 데는 연출자인 이상용 감독의 노고 또한 녹아 있다. 지난 24일 화상으로 만난 이상용 감독으로부터 '범죄도시 2'의 시작부터 어떻게 지금에 이를 수 있었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범죄도시 2'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한 '범죄도시 2'…"등골이 오싹했다"


▷ 시리즈물인 '범죄도시 2'가 연출 데뷔작이다. 전작의 인기는 물론이고 이미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잘 만들어진 세계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꾸려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사실 많이 놀랐다. 나에게 이런 큰 기회가 온 것 자체가 너무 안 믿겼다. 감사하게도 마동석 배우를 포함해 제작사 대표님들, 투자사 여러분, 모든 스태프가 합심해 같이 해주셔서 용기를 얻었다. 개인적으로는 부담이 많이 됐고, 욕은 먹지 말자 싶었다.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았는데, 일단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대한 마지막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만들려고 노력했다.
 
▷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촬영을 시작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2019년 9월부터 베트남을 오가며 준비를 마치고 2020년 2월 말 크랭크인 예정이었다. 그런데 크랭크인 일주일 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영사관에서 연락이 와서 베트남을 나와야 했다. 이미 베트남에서 쓴 돈만 내가 알기로 10억원 가까이 됐기에 영화가 그냥 엎어지는구나 싶어서 너무 무서웠다. 이후 미룰 것인지 등 이야기가 나왔지만, 한국 촬영 분량부터 찍기로 했다. 심적으로도 그렇고, 마지막까지 끝낼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컸다. 아직도 등골이 오싹하다.
 
▷ 이번 작품에서 배우 손석구가 연기한 새로운 빌런 강해상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손석구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그리고 현장에서 본 손석구는 어떤 배우였는지도 이야기해 달라.
 
당시 강해상에 대한 뼈대만 잡힌 상태였는데, 제작사 대표님이 추천한 배우가 손석구였다. 처음엔 잘 몰랐던 배우인데, 추천받고 난 후 출연 작품을 쭉 봤다. 보다 보니 다채롭고 연기가 일반적이지 않았던 부분에 끌렸다. 이후 미팅을 했는데, 한 가지 모습만을 갖고 있지 않았다. 배우가 가진 눈이 진짜 매력적인데, 서늘하면서도 착한 눈매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촬영하면서 정말 날 것 같은 연기를 하는 게 손석구라는 배우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연기를 모니터 뒤에서 보고 있으면 너무 기분이 좋았다.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돈을 가지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일직선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니 좋더라. 강해상 캐릭터에 몰입해서 전혀 보지 못했던 표정이 나오는데 모니터 뒤에서 희열을 많이 느꼈다.


영화 '범죄도시 2'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범죄도시 2' 백미인 '액션', 이렇게 탄생했다

 
▷ 통쾌하고 리얼한 액션이 이번 영화에서도 돋보였다. 특히나 마지막 버스 액션 신은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만큼 동선이나 카메라 위치 등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마동석 배우가 도망가기 직전에 나쁜 놈을 잡는 게 가장 통쾌하다고 이야기했다. 1편에서도 마지막 액션은 공항 화장실에서 이뤄졌다. 이번에는 공항 화장실보다 조금 더 긴박하게 도망가는 도중에 악역을 잡으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걸 버스로 세팅했다. 이 안에서 거의 100% 핸드헬드(카메라를 삼각대에 장착하지 않고 들거나 어깨에 메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로 촬영했다.
 
동작에 있어서는 촬영감독님, 무술감독님과 함께 마석도의 주먹액션, 강해상의 마체테(Machete·흔히 정글도로 불리는 칼) 액션을 어떤 식으로 보여주면 좀 더 관객들이 옆에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고민을 되게 많이 하고 촬영했다. 계속 세팅하면서 현장에서 동작을 맞춰보고, 해당 동작에서 가장 좋은 앵글을 찾아가며 촬영을 진행했다. 나는 옆에서 손석구 배우에게 "맞아도 일어나! 맞아도 일어나!"라고 했다.

 
▷ 맨주먹 액션이 특징인 마석도, 칼을 주로 다루는 강해상의 액션 등 두 캐릭터의 액션 특징이 돋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민했을지도 궁금하다.
 
마석도는 전작보다 복싱 동작과 유도 액션이 많이 들어갔다. 마동석 배우가 덩치와 안 맞게 되게 날렵하다.(웃음) 그리고 마체테는 손에 들고 휘두르면 손도끼 느낌도 나고 굉장히 묵직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마석도가 마체테를 다 피하진 못한다. 이걸 어떤 식으로 맞고 마석도가 어떻게 다음 동작을 이어갈지, 그 부분에 있어서 현실성을 많이 따졌다. 특히 마체테가 가진 힘을 그대로 실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진짜 같이 보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액션을 대부분 배우들이 다 하다 보니 우려스러운 지점도 있었는데, 배우들이 무서워하지 않고 해냈다.
 
▷ 전작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었는데 '범죄도시 2'는 15세 이상 관람가다. 영화 속 액션 수위가 수위인 만큼 이를 조절해 나가는 것도 고민이었을 것 같다.
 
사실 청불을 받을 거라 예상하고 찍었다. 그래서 관객분들이 잔인한 장면들이 많다고 느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칼을 휘두를 때 칼이 박히는 매체가 보이기보다 칼을 내려칠 때 배우의 얼굴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캐릭터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캐릭터를 강화한다고 생각했기에 인물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후반 작업을 하면서 사운드에 공을 많이 들였다. 주먹이나 칼을 휘두르는 동작에서 나오는 소리, 캐릭터들이 팽팽히 붙는 과정 안에서 관객들이 스펙터클을 느끼길 바랐다.

영화 '범죄도시 2'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상용 감독의 든든한 버팀목 마동석 그리고 관객들


▷ '범죄도시' 시리즈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악당을 물리치는 데서 나오는 통쾌함, 특유의 유머가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요소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도 과제였을 듯싶다.
 
마석도는 앞에 장애물이 쌓이면 쌓일수록 유머러스하게 돌파한다. 이러한 스타일은 그대로 두되 상황을 어떻게 바꾸고, 상황을 바꿈으로써 등장해야 할 인물들이 어떻게 마석도를 막아 서고 이를 어떻게 부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그리고 대놓고 웃기겠다고 작정하고 찍은 건 아니다. 상황에서 나오는 엇나감, 그 틈을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또 너무 잘 표현해줬다. 덕분에 강해상이 저지른 범죄가 가진 무서움과 각 인물이 강해상을 쫓기 위해 하나의 지점으로 나아가는 과정 안에서 유머러스함이 잘 담길 수 있었다.

 
▷ '범죄도시' 시리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중심, 마동석은 어떤 배우인가? 그리고 기획·제작까지 겸한 제작자로서의 마동석은 어떤 제작자였는가?
 
마동석 선배님은 항상 유쾌하다. 끊임없이 영화와 액션을 연구한다. 정말 나한테는 엄청 큰 버팀목 같은 분이다. 그리고 현장에 가면 단역 배우들도 되게 존중해주고 많이 끌어안는다. 액션 촬영에서 배우들이 힘들어할 때도 노하우를 알려주고, 스태프와 배우들을 많이 챙긴다. 내가 힘들 때도 항상 믿어주고 괜찮다며 내 확신대로 하라고 말해줬다. 그런 마동석 선배님 덕에 나뿐만 아니라 모두 힘을 내서 마지막까지 촬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 어렵게 나온 결과물인 만큼 관객들에게 감사함도 클 것 같다.
 
아직도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촬영할 때는 이렇게 큰 결과가 있으리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합심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결과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모르겠지만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건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이다. 관객분들의 관심을 잘 이어받아서 3편 작업에 더 힘을 내보겠다.
 
<부록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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