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책임' 장담한 이재명…홀로 살아남아 '난감한' 원내진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후보가 2일 인천 계양구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개표 결과 당선이 확실시되자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

무한책임을 지겠다며 대선 패배 2달여 만에 재등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자신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5대1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국회 입성에는 성공했지만 차기 당권을 장악해야 하는 입장에서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초선' 이재명 국회 입성…'선거 참패 책임론'에 입지 위험


"많이 부족했습니다. 좀 더 혁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고문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밝힌 소감이다. 처음 국회에 입성하는 소감이지만 전혀 기쁜 내색 없이 굳은 표정으로 오히려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과의 이유는 이 고문이 받은 처참한 지방선거 성적표 때문이다. 이 고문의 득표율은 55.25%. 상대인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44.75%)를 10%p 이상의 격차로 앞질렀지만 당초 기대했던 승리로 보긴 힘들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된 인천 계양을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5선을 지낸 곳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송 후보는 58.7% 득표율로 윤 후보(38.7%)를 큰 차이로 따돌린 곳이다. '대선주자' 치고는 개운한 승리는 아닌 셈이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일 새벽 인천 계양구 경명대로 캠프사무실을 찾아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인천=황진환 기자

또 무한책임을 지겠다며 전국 선거를 이끄는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맡았지만 '5대12'로 참패하면서 체면도 구겼다. 앞서 이 고문은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전국 과반 승리를 공언하며 계양을에 출마했다. 이 고문은 당시 "민주당의 상황과 지방선거의 어려움 또한 대선 패배에 따른 저의 책임이고 이를 타개하는 것 역시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이 '무한책임'을 어떻게 질 지가 관건이다.

당시 '험지'였던 경기도 분당에 출마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전국 선거를 지원해야 한다"는 이유로 텃밭인 계양을 선택했다. 수도권 등에 지원유세를 다니며 전국에 바람을 불러일으켜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 윤 후보와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붙어버렸고 결국 이 의원은 투표 직전까지 대부분의 유세 일정을 계양에 할애하면서 당초 약속했던 '전국적 지원'은 공수표가 됐다.

간신히 경기도 수성(守城)에는 성공했지만 새벽까지 고전하다가 막판에 뒤집은 신승이었다. 경기도가 이 고문의 정치적 고향이자 '이재명 효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임을 고려하면 시원한 승리는 아니다. 게다가 상대인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재산 축소 신고 및 KT채용비리 등 각종 의혹이 불거져 표를 깎아 먹은 상태였다. 특히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은 투표소 안내문에도 기재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 고문이 선거 막판에 띄운 김포공항 공약으로 당 내 분란이 생겼다는 점도 부담이다. 앞서 이 고문은 김포공항을 인천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공약을 냈지만 제주 출마 의원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내홍으로 번진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개인 공약일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론적으로 이 고문이 당을 위한 성적을 내지 못한 채 나홀로 생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SNS를 통해 "自生黨死(자생당사).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며 "당생자사(黨生自死),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패장' 이미지 벗고 당권 확보 가능할까…文도 계파싸움 겪어


이 고문 당선이 '독이 든 성배'를 마신 격이 되면서 향후 당권 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결론적으로 '선당후사'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과 파격적인 쇄신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3달여 만에 두 번째 패배인 만큼 단순히 읍소하는 전략만으로 설득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개표종합상황실에서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일각에선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발표한 586용퇴론 등 전면적인 쇄신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전 추진은 시기 상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선거 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2일 오전 10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도부 사퇴 등 수습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고문은 당 수습과 함께 당권 장악을 통해 세력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권주자로 나아가기 위해선 당내 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서다. 이에 따라 오는 7~8월 전당대회가 이 고문 향후 행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 주변에선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당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입지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데에는 당 안팎에서 동의하고 있다.

이 고문이 당권에 나선다면 경쟁할 수 있는 상대로는 친문 그룹인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홍영표 의원,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이 될 수 있다. 중량감 있는 후보들인 만큼 대권주자였던 이 고문에게도 위협적일 수 있다. 여기다 이 고문이 당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도 친문그룹과의 계파싸움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 고문이 당권을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이후 당을 수습하는 숙제도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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