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이재명.안철수,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4선에 도전한 오세훈 등 대선주자급 후보들이 잇따라 출마하며 '대선 2라운드'로 불렸다. 각자가 정치권에서 손꼽는 차기 대선 잠룡으로 이번 선거에 정치적 명운을 걸었고,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화려한 부활 오세훈, 전무후무 4선 서울시장
1일 치러진 선거에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가장 공고히 굳힌 인물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다.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역임한 송영길 후보와 맞붙은 오 당선인은 10%p 이상의 지지율 차이로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다.
재선 서울시장으로 보수여권에서 차세대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오 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사퇴했다. 당시 야당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헌납했다는 오명을 쓴데 이어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고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스스로 내놨던 서울시장 자리를 다시 차지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고, 이번에 다시 사상 최초로 4선 서울시장의 주인공이 됐다.
오 당선인은 앞으로 4년간 서울시정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의 책임과 임무는 대통령직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엔진, 심장과 같은 역할이다. 산적한 현안 하나하나 챙겨가는 것도 여념이 없을 것"이라며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오 당선인은 4선 서울시장으로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5년 뒤에 있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오 시장은 5년 뒤 대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대 이슈인 부동산 문제 등 현안을 잘 해결하고 관리하면 10여년 전 섣부른 판단으로 날려버린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위기가 기회로…당권 장악 발판 마련한 안철수
경기도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을 확정지은 안철수 당선인 역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여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
안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막판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 지난 대선이 0.7%p 차 초박빙으로 승부가 결정된 만큼 안 당선인과의 단일화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는게 여권 안팎의 평가다. 한마디로 안 당성인은 윤석열 정부에 지분이 있는 셈이다.
이후 안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으며 공동정부 구상을 펼치는가 했지만 새정부 조각 인선에서 그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으면서 공동정부는 커녕 윤 대통령과 결별 위기까지 맞았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돼 찾아왔고 안 당선인은 경기 분당갑 국회의원 후보 자리를 꿰찼다.
자천타천으로 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한 안 후보자 입장에서는 여권내 입지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생각보다 그 기회가 빠르게 찾아온 셈이다. 안 후보는 3선 중진으로 원내에 재진입해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힐 것으로 보이며, 다음 전당대회에서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당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당권 장악에 이은 대선 출마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지 여부는 오롯이 안 당선인에게 달렸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안 당선인이 보수진영에 발을 디딘지 얼마나 됐느냐"라고 반문한 뒤 "안 당선인이나 그 주변에서 생각하는 만큼 보수진영이 호락호락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한책임' 장담했다 '나홀로 생존' 비판 직면한 이재명
현재 자타공인 야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당선인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원내 진입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잠행에 들어간 이 당선인은 채 2개월도 안돼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다시 정치 일선으로 복귀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제대로된 반성도 없이 전혀 연고가 없는 민주당의 텃밭에 출마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는 '무한책임'을 지겠다며 당 총괄선대위원장까지 맡았다.
하지만 선거를 열흘여 앞두고 정치 무명에 가까운 국민의힘 윤형선 의원과 박빙을 기록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이 당선인은 총괄선대위원장 직책이 무색하게 계양을에 발이 묶였다.
선거 결과 민주당은 전체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텃밭 호남 3곳을 포함해 단 5곳에서만 승리했다. 4년전 지방선거 당시 14곳에서 승리한 것과 비교하면 9곳을 빼앗기며 대패했다. 특히, 자신의 출마지가 포함된 인천시장 자리도 국민의힘에 넘어갔다. 사실상 자신이 영입한 김동연 후보가 가까스로 경기지사 선거에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겨우 체면치례만 했다.
이 당선인은 당선을 확정지은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민 여러분들의 엄중한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할 것"이라며 "많이 부족했고 좀 더 혁신하고 또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단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사과의 뜻인 동시에 당 개혁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당권 도전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이 당선인이 홀로 생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SNS 글을 통해 "自生黨死(자생당사).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며 "당생자사(黨生自死),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