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당' 꼬리표 뗀 국민의힘, 지방권력 교체로 전국정당 발돋움

국민의힘 이준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 권성동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지도부가 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6·1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이 탄핵 5년 만에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하면서 '영남당'이라는 오랜 꼬리표를 시원하게 떼냈다.

국민의힘은 6.1전국지방선거에서 경기도와 제주, 호남 3곳을 제외한 12 곳의 광역단체장 자리를 가져오며 압승을 거뒀다. 서울, 인천, 강원, 충남, 충북, 대구, 부산, 경남, 경북, 울산에서는 출구조사부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개표 막판 추격을 허용하며 아쉽게 경기를 내줬지만 또 다른 격전지인 대전, 세종에서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4년 전에는 후보 공천조차 못했던 호남 지역의 경우 15% 이상의 득표율을 보이며 나름대로 선전했다.

지난 2018년 자유한국당 시절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지자체장 가운데 2곳을 겨우 챙겼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특히 민심 풍향계인 수도권에서 서울과 인천 두 곳을 가져온 것은 국민의힘 입장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간 국민의힘은 '영남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간 전국선거에서 4연패를 한 배경으로 지역 편중적 수구 정당 이미지, 영남당이라는 한계를 꼽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부터 있었다. 국민의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이나 발언이 나올 때마다 "무조건 지지해주는 유권자만 경험한 영남권 정치인들 때문이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정치인이면 이럴 수 없다"는 자조가 나왔었다. 황교안 전 대표 시절 자유한국당 때 '아스팔트 보수' 노선을 고집하던 것이 대표적이다.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노력은 간간히 있었지만, 지난 해 전당대회 초반 신구세력이 충돌하면서 '도로영남당'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지지기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국민의힘 입장에서, 영남은 극복하자고 '대놓고' 주장할 수 없는 예민한 지역이었다. 다만 30대 이준석 대표가 돌풍을 일으키며 당권을 거머쥐면서, 당내에서는 과거의 강경보수 노선에서 벗어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5.18 기념식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 참석으로 대표되는 서진정책, 그리고 코로나19 피해보상과 관련한 적극적 대응 등 친서민 행보를 지속적으로 이어오면서 전국 민심에 고루 반응하고자 했다. 그 결과가 이날 지방권력 석권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일 국회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 6.1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박종민 기자

반대로 민주당은 경기에서 겨우 승리하며 어렵사리 체면치례를 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호남에 고립됐다. 2년 전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던 역대급 승리와, 지난 세 번의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을 석권했던 기억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거대 양당 가운데 전국정당 자리는, 적어도 지방권력 면에서는 국민의힘에게 빼앗겼다.

중앙에 이어 지방권력을 탈환한 국민의힘은 향후 정국을 주도할 동력을 확실하게 챙기고 윤석열 정부와 합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선거 기간 내내 강조했던 '힘 있는 여당'의 연장선상이다. 막강한 민주당의 의회 권력을 견제할 명분이기도 하다. 오늘 선거 이후 앞으로 2년 뒤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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