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참모 출신 국회의원들이 경남 양산에 와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극우 집회를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경찰에 항의했다. 이들의 시위가 자신의 합당한 주장과 권리 요구보다는 욕설과 과격한 언동으로 특정인을 괴롭히는 창구로 쓰인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한병도·윤영찬·윤건영 의원,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1일 양산경찰서에서 한상철 양산경찰서장을 만나 항의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병도 의원은 "사생활 침해가 있으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로도 주민거주지 집회 제한이 가능한데도 현재 취해진 것은 방송, 음량 제한에 불과하다"며 "경찰이 사저 앞 집회에 너무 미온적이다. 적극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은 이자리에서 "사저 앞 집회가 사실상 상업적인 영리 행위면서 욕설, 저주, 모욕, 협박으로 사생활이 침해되는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국민 의문이 많다"며 "경찰이 직무유기를 한다는 의혹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참석한 경찰은 이에 "법률 해석을 통해 사저 앞 집회 시위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취지로 의원들에게 답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전날 극우단체 회원 등 4명에 대해 고소대리인을 통해 양산경찰서에 고소했다. 구체적 혐의로는 모욕죄와 명예훼손, 폭력행위처벌법, 집시법 위반 등 4가지가 적시됐다고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밝혔다.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집회 때문에 마을주민 사생활이 침해받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 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달 10일 퇴임 후 양산 평산마을 사저로 귀향하기 직전부터 현재까지 극우단체가 사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 초기에는 과격한 언사가 적었으나 현재는 교묘하게 집시법이 규정한 소음을 가까스로 준수하며 문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해 욕설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행위로 평산마을 10명의 주민들은 불면증과 스트레스, 식욕 부진을 겪으며 병원 치료도 받았고 최근에는 마을 이장 등 30여 명 주민이 극우단체에 집단으로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참모의 항의뿐 아니라 여당의 대표와 평론가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극우단체의 도 넘은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진중권 작가는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금 윤석열 대통령도 명확하게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한마디 하면 좋겠다"며 "이걸 허용한다면 똑같은 일을 5년 후 윤 대통령이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중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온건하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딸 다혜 씨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게 과연 집회인가? 입으로 총질해대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라며 "증오와 쌍욕만을 배설하듯 외친다"고 적었다 삭제했고,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양산에서 사전 투표 후 취재진에 "불편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소 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