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참모총장 직속 수사단 지휘관이 사건 수사를 하다 중압감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고인을 괴롭혔던 가해자로 지목된 상관이 형사입건돼 정식 수사로 전환됐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전날 해군 군사경찰 수사단장 C대령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앞서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해군 해양과학수사센터장 겸 5광역수사대장 A중령이 기지 내 샤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중령은 광역수사대장 자리에 있던 대령(진) 1명이 지난 3월 다른 보직으로 옮기면서 이를 겸직, 지난 2월 퇴역한 참수리 고속정에서 45구경 권총 3정이 분실된 사건 수사를 맡게 됐다.
사무실에서는 그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나왔는데 "너무 힘들다. 버틸 힘이 없다…누구 때문에 내가 이러는지, 병과장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며 "진급, 보직, 인생 이런 것들이 나를…겸직 이후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여기에서 '나를 힘들게 한 사람', '병과장'은 그의 상관인 수사단장 C대령을 뜻한다고 고인 아내 B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주장했다. 이어 후배 장교 D씨는 "수사단장이 고인을 여러 방법으로 괴롭혔다"며 비슷한 주장을 했다.
이들은 군사경찰병과장인 C대령이 고인을 대령으로 진급시키고 싶지 않아 해 수사 직책이 아니라 해군교육사령부 기초군사교육단 신병교육대대장으로 보내고, 본인 요청으로 마지못해 해양과학수사센터장으로 보낸 뒤엔 별로 진척될 기미가 없어 보이는 권총 분실 사건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할 목적으로 5광역수사대장을 겸직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고인이 광수대장을 겸직하기 시작한 뒤 C대령이 교묘한 방법으로 고인을 질책하고, 심리적인 압박을 주는 등 괴롭혔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해군은 "군사경찰 병과에서 중령 직위는 10여개인데, 국방부 조사본부에 파견나간 인원까지 생각하면 인원이 모자라는 일 자체는 사실"이라며 "해양과학수사센터와 5광역수사대는 같은 건물을 쓰고 있고, 바다와 해군에서 벌어진 범죄를 수사한다는 특성상 서로 연계가 있어 그렇게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신병교육대대장 보직에 대해서는 "군사경찰 병과가 과거 2직군(전투지원병과)이었다가 1직군(전투병과)으로 바뀌었고, 신병교육대대장 보직 또한 함정과 군사경찰 병과 둘 다에서 올 수 있게 개편됐다"고 설명했다. 해군 군사경찰 병과는 기지방어와 수사를 둘 다 하기 때문에 전투병과로 바뀌었으며, 때문에 원칙에 어긋나지는 않았고 어느 연차 장교가 가는 쪽이 적절한지 등을 잘 따져서 인사를 했다는 설명이다.
C대령이 해군 군사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보직이기에 그가 형사입건된 뒤에도 해당 보직을 유지하는 일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군은 취재진 질문에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 절차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