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행기를 탄다는 설렘만큼 기다려졌던 건 면세점 쇼핑이었다. 김포발 무착륙 관광비행을 다녀온 정모(35)씨는 면세점에서 발렌타인 30년산을 구매했다. 국내 시중가 120만원이지만 그가 지불한 가격은 단돈 49만원.
그는 "요즘 집에서 혼자 위스키를 즐기곤 했는데 40~50%까지 할인하다 보니 로컬가 대비 많이 저렴했다"며 '득템'의 기쁨을 전했다.
고가의 양주를 사려는 2030 MZ 세대들이 면세점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해외입국 자가격리 면제 조치와 위스키,와인 품귀 현상에 맞물려 면세점 주류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이번 1분기 내국인 주류 매출은 지난 동기 대비 약 28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격적으로 해외 출국객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 지난 4월 한달의 경우엔 지난해 4월보다 내국인 주류 매출이 약 360% 증가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기준 올 1분기에 위스키 수입액이 처음으로 5000만 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국내 위스키 인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주류 매출 성장세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국내 위스키 품귀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면세점에는 비교적 확보해둔 주류 재고에 여유가 있다"라며 "여기에 위스키 원부자재값 상승으로 주류 출고가가 높아지다 보니, 면세품으로 주류를 찾는 고객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양주를 찾는 고객이 몰리는 이유는 '가격'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시중에서 주류를 구매할 경우 관세 20%, 주세 72%, 부가세 10%를 포함해 세금이 100% 이상 붙는 구조다. 발렌타인 30년산의 경우 국내 시중가 120만 원대이지만 롯데면세점에선 49만 원 내외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출국객에겐 주류 1병(1L, 400달러 이하)은 내국인 면세 한도인 미화 600달러에 포함되지 않아 면세 쇼핑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온라인 주류 예약 시스템과 VR체험관 등… 위스키 큰손 MZ세대 잡는다
롯데면세점은 '홈술'과 '혼술'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위스키 제품을 찾는 젊은 세대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매출 분석 결과 20~30대 고객 증가와 함께 이들 사이에서 싱글몰트 위스키 구매 강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주류 상위 매출 품목엔 스테디셀러인 발렌타인 30년산, 조니워커, 로얄 살루트 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자리 잡고 있지만, 20~30대 고객 선호 위스키 상위 5위 내엔 맥캘란과 글렌피딕 등 싱글몰트가 강세를 보이며 블렌디드 대비 더 가파른 매출 증가가 일어났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콘텐츠 및 경험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MZ세대의 특징을 반영하고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주류 판매 서비스를 한층 더 강화했다.
지난해 롯데인터넷면세점에 구축한 세계 최초 온라인 명품관인 '소공 1번지'에 와인과 위스키 전용관을 열고, 주류 사전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한 주류 상품의 재고 확인과 예약이 가능해져 고객 쇼핑 편의를 높였다. 특히 주류 예약 시스템 이용객의 약 60%가 인터넷면세점 구매가 익숙한 20~30대로, 젊은층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엔 롯데인터넷면세점에 로얄 살루트 VR관인 '더 킹덤 클럽(The Kingdom Club)'을 열고 브랜드 가상 체험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8월에는 미화 18000달러의 로얄 살루트 하우스 오브 퀸을 한국 면세점 단독으로 입고할 계획이며, 2100달러의 스코틀랜드 싱글몰트인 보우모어 타임리스 한정판도 판매한다.
여기에 내국인 고객에게 인기가 높은 위스키 할인전도 준비했다. 롯데면세점 시내점에선 6월까지 △발렌타인 30년산 20~30% △발렌타인 21년산 골든제스트 에디션 50% △조니워커 블루(1L 및 750ml) 40%, △로얄 살루트 32년산 20% △글렌피딕 18년산과 21년산 10% 할인율로 만나볼 수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국내 위스키 인기와 품귀 현상 속에서 면세점에선 코로나 이전부터 확보해둔 주류 덕분에 매출 늘어나고 있다"며 "고객들에게도 가격적인 측면에서 구매 매력도가 높아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