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반드시 꺼야죠"
구름처럼 연기가 피어오른 경남 밀양 산불 현장에 도착한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한 직원의 결의에 찬 말이다. 그는 전쟁에 돌입하는 군인처럼 땡볕에서 검은색 군복과 같은 옷과 카메라 등의 장비를 무장한 채 구슬땀을 흘렸다.
31일 오전 9시 25분쯤 밀양시 부북면 화산마을 일대에 발생한 산불은 건조한 날씨 속에 바람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산불 진화 현장에는 공무원부터 자원봉사자까지 산불을 막기 위해 고군 분투중이다. 산림청과 소방청, 경찰, 자원봉사자 등 수백 명이 몰려 현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의 진화 작업에도 산 틈 사이로 불이 나는 모습이 이날 오후 현장에서 여전히 목격됐다. 주민 박필관(65)씨는 "저기 산불 붙은 게 보이나"며 "불이 빨리 꺼졌으면 좋겠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상공에서 이뤄지는 헬기의 진화 작업 소리가 지상까지 들렸고, 지상에서는 산림청 직원들이 진화차를 이용해 임도 등으로 올라가 산불을 제거할 작전을 논의하고 있었다.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한 직원은 "작전표를 보면서 산불 진화차가 올라갈 위치를 계산하면서 인원 배치를 논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들도 산불 진화에 투입됐고 마을에 들어오려는 차량을 통제하는 등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남경찰청 직원은 "산불 현장에 투입되고 교통 통제를 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산불 작전 지원에 여념이 없었다. 하병필 경남지사 권한대행이 산림당국과 소방당국 등과 함께 현장에서 진화 작업 논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불을 끄려는 산림청과 소방대원 등에게 물과 과자 등을 나눠주며 산불 진화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현장 대원들이 컵라면을 한껏 먹거나 이미 먹고 난 빈 용기가 차례대로 쌓여 있었다. 한 봉사자는 취재진에 "더워 보이는데 이 물 마셔라"고 했다.
이 불로 일대 주민들 470여 명은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김태원(70)씨는 "오전 10시쯤 지인 얘기를 듣고 불을 목격했는데 이렇게 삽시간에 퍼지는 건 처음봤다"며 "마을 주민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 대피해있다"고 했다.
산림당국 등에서는 현재 밀양 산불과 관련해 헬기 20여 대가 동원됐으며 앞으로 40여 대까지 충원할 계획이다. 동원 인력은 1500여 명이며 동원 장비는 62대이다. 산불 영향 구역은 총 150ha로 추정되고 있으며 화선 길이는 5km이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불과 관련해 "모든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오늘 중으로 진화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