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자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31일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수상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6년 만에 시상식에 참석했다.
호암재단은 이날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2022년도 제32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 수상자는 오용근(61) 포스텍 교수(과학상 물리·수학부문), 장석복(60) 카이스트 특훈 교수(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차상균(64) 서울대 의대 교수(공학상), 키스 정(57)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의학상), 김혜순(67) 시인(예술상), 하트-하트재단(사회봉사상) 등이다.
수상자들은 각각 상장과 메달, 상금 3억 원을 받았다.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수상자인 오 교수는 "저의 수상을 통해 외로운 연구 여정에 정진하시는 모든 분께 큰 희망이 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예술상을 받은 김 시인은 "시인들은 경제적 가난을 스스로 선택하고, 이 일에 빠진 사람들"이라며 "이 상을 받게끔 함께 시의 별자리를 가득히 채워주고 모국어로 시를 쓰는 동료 시인들에게 한없는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올해 시상식은 수상자 가족과 지인 등 약 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특히 이날 시상식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수상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6년 만에 직접 참석했다.
과거 호암상 시상식에는 고(故)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가 모두 참석했으나 2016년에는 이 부회장만 참석했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이 부회장도 불참했다.
이 부회장이 이날 오랜만에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활동 제약 등에도 선대의 '인재제일' 철학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공장 방문을 직접 수행하는 등 외부 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을 비롯해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총괄 사장, 임영빈 삼성생명공익재단 사장 등 계열사 사장들도 대거 참석했다.
삼성호암상은 이건희 회장이 부친인 이병철 선생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한 상이다. 올해까지 학술, 예술 및 사회 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164명이 수상자로 선정돼 총 307억 원의 상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