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헌법·법률 범위' 발언은 法 의식? 尹의 '법원 달래기' 데자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예방하기 앞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검증 업무의 법무부 이관에 대해 "오직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통상업무'"라고 강조한 맥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대법관 후보가 한 장관의 인사검증대에 서게 되는 법원의 불편한 감정을 고려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총장에 임명될 당시 곧바로 김명수 대법원장을 예방하고 법원 달래기에 나선 장면이 소환되기도 했다.
 
한 장관은 30일 김 대법원장을 예방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무부로 이관된 인사 검증 업무와 관련해 "인사 검증 업무는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업무"라며 "그 범위와 대상도 새롭게 늘리는 것이 아니고 오직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통상 업무라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민정수석은 국회에 출석도 안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인사 검증이라는 업무 영역이 국회에서 질문을 받게 되고,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고 이렇게 언론으로부터 질문 받는 영역이 되는 것"이라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접결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발언이 대법원장을 만나기 직전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인사 검증 업무를 한동훈 법무부가 전담한다는 소식에 가장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던 조직이 법원이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역임하며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해 다수의 고위법관들을 법정으로 보냈다. 한 장관과 호흡을 맞춰 사법농단 수사를 맡았던 당시 특수1부장이 이번 검찰 인사에서 검찰국장으로 승진한 신자용 검사장이다.
 
한 법원관계자는 "법원 내에서 원로법관들을 중심으로 한 장관과 당시 수사팀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대법관이 한 장관이 이끄는 인사 검증팀의 도마에 오르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판사들 대부분에게 무죄가 선고됐다는 점에서 한 장관이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 여론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의 이날 예방에서 지난 2019년 8월 당시 검찰총장에 임명된 윤석열 대통령의 대법원 방문 장면을 떠올리는 법조계 인사들도 적지 않다.
 
한동훈 신임 법무부장관이 17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취임사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윤 대통령은 당시 검찰총장에 임명되자마자 첫 일정으로 김 대법원장 예방을 잡았다. 의혹의 중심에 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던 시점이었다. 두 사람의 화제는 헌법정신과 수사라는 주제로 맞춰졌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윤 총장이 헌법정신을 강조했는데 저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법원에서도 형사재판에서 사법정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헌법정신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제도개혁을 준비하고 또 진행하고 있다. 형사재판 한 축을 맡은 검찰에서도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윤 총장은 "형사소송 법절차만 갖고 국민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영장 청구 전부터도 헌법적 관점에서 세심히 살피고, 법관의 영장을 손에 쥐었다고 무리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게 아니라 공권력을 집행하는 단계부터 헌법정신에 맞출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법률가의 관점에서 가장 보편적인 화제였지만 법원 내부에서 '사법농단 수사는 검찰의 무리한 정치적 수사'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던 상황에서 윤 총장이 '법원 달래기'를 위해 '헌법정신'을 강조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비록 대법원장을 만나기 직전이기는 하나 한 장관이 법원에서 민감해 하고 있는 인사검증 기능에 대해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통상 업무라고 강조한 대목 역시 앞서 윤 대통령이 취했던 법원 달래기와 일맥상통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 장관과 김 대법원장의 환담이 30여분 정도 진행됐고 주로 덕담 위주의 말들이 오고 갔다"며 "별도로 공보할 부분이 없을 정도로 민감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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