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글로벌금융위기 때인 2008년 9월 5.1% 이후 13년 8개월 만에 5%대 재진입이 확실시된다.
치솟는 물가로 서민 생계에 어려움이 가중되자 정부가 30일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는 크게 '생활·밥상물가 안정'과 '생계비 부담 경감' 그리고 '중산·서민 주거 안정' 세 분야로 나뉘어 설정됐다.
먼저, 생활·밥상물가 안정 분야는 돼지고기 등 주요 식품 원료 수입에 무관세 적용 대폭 확대, 김치와 장류 등 부가가치세 면제,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확대가 주요 내용이다.
서민 체감도가 높은 식료품 가격 안정을 위해 세제 지원으로 생산 원가 상승 압력을 낮춤으로써 판매 가격 인하 여력을 키운다는 취지다.
이전까지 물가 대책이 외식 가격 공표와 배달 수수료 공시 등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데 비춰보면 한층 전향적인 접근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지난 2월 셋째 주부터 시행된 외식 가격 공표제는 '과도한 가격 통제'라는 비판과 자영업자들의 반발 속에 애초 기대했던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한 채 석 달 만에 사실상 폐지됐다.
기재부 "보유세 완화로 다주택자 집 내놓으면 서민·중산층도 혜택"
이와 관련해 정부는 30일 "앞으로 가격 통제 중심의 물가 관리에서 벗어나 원가 절감 노력 지원 등 시장친화적 방식의 정책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는 고물가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 생계 안정과는 동떨어진 대책들도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게 중산·서민 주거 안정 분야에 포함된 '보유세 완화'다.
핵심은 지난 3월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대로 올해 종부세 산정 시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데 더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 종부세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보유세 완화가 왜 민생 안정 대책에 포함됐느냐는 물음이 취재진에서 나왔다.
이에 기재부 윤인대 경제정책국장은 "보유세 완화로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으면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그로 인해 서민·중산층 전반이 혜택을 본다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종부세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면 가장 큰 혜택은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11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들이 누린다.
물가 치솟는데 대표적 소비 진작책 '승용차 개소세 인하' 연장도 어색
30일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주택에서 공시가격 11억 원 초과 주택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2%도 안 되는 공시가격 11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 종부세를 2년 전 수준으로 되돌려 주는 대책이 고물가로 신음하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안정 대책으로 둔갑한 셈이다.
생계비 부담 경감 분야에 '교통·통신비 인하' 대책으로 들어간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연말까지 6개월 연장'도 어색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는 교통비 부담 완화와 관련성은 차지하고 대표적인 '소비 진작' 대책으로, 이번 정부 대책 핵심인 '물가 안정'과는 상충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 대책은 정부의 2차 추경안 등을 통해 이미 발표된 것이어서 '긴급'이라는 수식이 붙은 이번 민생안정 프로젝트의 신선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밀가루 가격 상승분 지원과 사료 구매 비용 저리 지원, 안심전환대출, 긴급생활안정지원금,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확대 등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대책 규모를 3조 1천억 원으로 설명했지만, 추경에 반영된 2조 2천억 원과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확대 3천억 원을 빼면 신규 지출은 6천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