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이전 문제가 6·1 지방선거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김포공항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통합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얘기죠. 더불어민주당에서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랑 이재명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가 마지막 승부수로 던졌습니다.
이게 사실은 해묵은 이슈거든요. 김포공항 주변지역, 즉 서울 강서나 인천 계양, 경기 김포 등에서는 선거 공약으로 예전부터 계속 나왔었습니다. 논밭이 많은 곳이라 개발이 비교적 용이한데, 활주로가 가까운 탓에 고도 제한이 걸려 있고 소음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공항만 없앤다면 집값 상승은 불 보듯 뻔하겠죠.
문제는 김포공항이 주고 있는 편의성이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도심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어서 수도권 주민들이 제주도 여행 가기가 좋잖아요. 중국이나 일본 도심 근처까지 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출장 수요도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운항이 끊겼지만 곧 다시 이어질 테니까요) 그런 김포공항을 없앤다? 그렇게 되면 영종도 인천공항이나 아니면 원주, 청주공항을 이용해야 합니다.
때문에 항상 전국적으로는 반대가 많았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인천 계양을의 직전 지역구 의원) 물밑에서 계속 군불을 피웠지만 힘이 실리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서울 지역 의원들의 경우 사석에서 원색적인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고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도 공약에 넣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서울 강서구 공약에 "김포국제공항은 강서구의 자산"이라고 적시했죠.
그랬던 이재명 후보가 석달 만에 이 카드를 꺼내든 건 지역의 핵심 이익이 여기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포공항 이전을 위해 서울 지하철 9호선을 계양까지 연장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신규 노선을 건설해야 한다고 이재명 후보는 주장합니다. "정치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29일 기자회견)"이라고 강조하면서요.
어쩌면 직전 대선 후보이자 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이재명)과, 직전 당대표이자 서울시장 후보(송영길)가 손 붙잡고 발표한 공약이니 당의 공식 입장으로 이해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내 논의는 없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고요. 윤호중 비대위원장도 "중앙당 공약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성남공항 기능을 김포공항으로 옮기겠다"는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공약과도 배치되네요.
이렇게 틈이 벌어지는데 민주당과 경쟁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가만히 있을 리 없죠. 현재 누구보다 분주한 건 이준석 대표입니다. 민주당의 현 상황을 '콩가루'로 표현하는 등 페이스북을 통해 시시각각 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는 30일 오후 김포공항에 집결해서 총공세에 나서고요. 여기에 허향진 제주지사 후보, 부상일 제주을 보궐선거 후보까지 올라와서 힘을 보탠다고 합니다.
자,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우선 시선이 쏠리는 건 민주당 내부입니다. 당장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가 "현실성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 쪽에 날을 세우기도 곤란할 것입니다. 오영훈 후보는 대선 때 이재명 후보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했지만, 원래는 이낙연 전 대표 쪽 인사거든요. 자칫 친문-친명 갈등을 부추기진 않을까 염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먼 원희룡 국토부장관이나 이준석 대표 쪽에 비판을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사정이 어려운 건 이재명 후보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양에서 윤형선 후보를 꺾고 당선된다면 일단은 한숨 돌리겠지만 그걸로 배부를 리 없습니다. 목표는 앞으로 당권, 대권이 될 텐데 김포공항 이전 이슈가 전국적으로는 말씀드렸다시피 반발 여론이 높거든요. 국민을 설득하든, 아니면 말을 바꾸든, 어쨌든 과제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