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정신'과 '무대뽀 정신'을 설파하며 '명품 조연'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배우 송강호가 이제는 한국 영화사는 물론 세계 영화사 한 가운데 우뚝 선 배우가 됐다.
28일 오후 8시 30분(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에서 활약한 배우 송강호가 호명됐다.
이로써 송강호는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됐다. 또한 '괴물 '(2006, 감독주간) '밀양'(2007,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비경쟁 부문) '박쥐'(2009, 경쟁 부문) '기생충'(2019, 경쟁 부문) '비상선언'(2021, 비경쟁 부문) '브로커'(2022, 경쟁 부문)로 총 7차례 칸에 초청받으며 국내 배우 중 칸 경쟁 부문 '최다' 진출이라는 타이틀 역시 보유하게 됐다.
앞서 송강호는 지난해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해 칸은 물론 세계가 사랑하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폐막식이 끝난 후 이어진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송강호는 "정말 영광스럽고,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예의주시해 주시고 박수 쳐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라며 영화 팬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내 말에 토 다는 XX는 배반형이야"
"그래, 헝그리 정신이 건달에겐 필요하다 그 말이야. 니들… 조만간 잘 나갈 거다. (중략) 지옥 훈련에 식량이 떨어져 뱀 잡아먹던 시절을 잊어선 안 된다. 끝으로 내가 늘 강조하지만, 모든 걸 열심히, 진지하게 해야 한다. 내가 늘 강조하지만… 잠자는 개한테 햇빛은 결코 비추지 않아!" _영화 '넘버 3' 중 송강호가 연기한 조필의 대사
지난 1992년 극단 연우 무대에 입단하며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한 송강호는 이후 연극 무대와 단편영화를 오가다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에서 배우 김의성의 동창 역으로 출연하며 충무로에 발을 들였다.
단역을 전전하던 송강호는 199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초록물고기'에서 야비한 깡패 판수 역을 맡아 '신스틸러'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연기를 눈여겨본 송능한 감독의 '넘버 3'(1997)에서 불사파 보스 조필 역을 맡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넘버 3' 속 "잠자는 개한테 햇빛은 결코 비추지 않아"라는 조필의 말처럼 '명품 조연' '신스틸러'로 활약하던 송강호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강제규 감독의 '쉬리'(1999)를 거쳐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 등 거장 감독의 시작점이자 평단과 관객까지 사로잡은 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며 조연 배우, 코믹한 이미지의 배우를 넘어 '배우 송강호'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괴물'(2006)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송강호 역시 이른바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까지 갖게 됐고, 이후 '변호인' '택시운전사' '기생충'까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민 배우' 반열에 오르게 됐다.
거장 감독들이 사랑한 송강호부터 '봉준호의 페르소나'까지
송강호는 연극 무대에서부터 다수의 단역을 거쳐 조연으로 이름을 날리기까지 천천히 갈고닦아 온 연기력을 바탕으로 영화계에 빠질 수 없는 배우로 자리 잡게 됐다. 지금까지 받은 연기상만도 60개가 훌쩍 넘었다.
송강호는 어딘지 친숙한 느낌과 현실감 넘치는 연기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믹부터 묵직함이 담긴 진중한 연기까지 넓은 스펙트럼 사이를 촘촘하게 채우는 연기력과 다채로움 속에는 '송강호'의 모습이 살아 숨 쉰다.
이처럼 폭넓은 스펙트럼과 살아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송강호는 어느덧 거장들이 사랑하는 배우로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됐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는 물론 이창동 감독의 '밀양',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이준익 감독의 '사도' 등 거장들의 부름을 많이 받았다.
봉 감독과 칸까지 함께하게 된 작품 '기생충' 속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대사는 송강호 특유의 톤과 만나 또 한 번 세계적인 유행어로 번졌다.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송강호에 관해 "나에게 송강호는 A와 B라는 이유가 있어서 한 게 아니라 출발점 자체가 단순히 배우 한 명, 역할 하나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며 "지금 이 부분을, 이 장면을, 이 대사를 송강호가 한다고 내 머릿속에 전제되어 있으면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고 말해 무한한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봉 감독은 최근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송강호를 '태양'이라고 비유하며 송강호에 대한 변치 않는 애정을 과시했다.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은 '기생충'에서 전원백수 가족 기택네의 경우 가장 기택 역을 맡아 독보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송강호는 2020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배우 25인'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인 배우의 반열에 들었음을 다시금 증명했다.
"나에게 송강호는 무궁무진한 다이아몬드 광산이다. 그는 매 순간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이 있다. 평범함에서 시작해 독특하고 흉내 낼 수 없는 것으로 만들며,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진정 특별하게 만든다." _봉준호 감독, '21세기 최고의 배우 25인' 추천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