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19명과 교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사건에 대한 현지 경찰의 대응이 총체적 실패였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스티브 매크로 국장은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당시 경찰의 대응과 관련해 "잘못된 결정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현장 지휘관이 당시 상황을 범인이 교실 내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아이들을 인질로 잡은 채 대치하는 상황으로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날 사과는 이번 사건에서 경찰 대응의 혼란, 설명의 모순, 범행 및 대응 시간 순서의 불일치 등이 언론을 통해 지적되자 나온 것이다.
특히 통상적으로 학교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는 즉각 상황이 강제 종료돼 왔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의 경우 무려 1시간 넘게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여러 억측들이 난무했었다.
지금까지의 경찰의 발표와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범인의 차가 유발디의 로브 초등학교 옆길에 난폭하게 멈춘 시간은 24일 11시 28분.
목격자들은 차에서 내린 범인이 총을 휴대하고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11시 31분 범인은 학교 주차장까지 진입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출동한 경찰은 주차장 차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범인을 지나치고 말았다. 학교 안에 있어야할 학교 경찰도 당시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11시 33분, 범인은 주차장 북쪽 끝과 맞닿아 있는 출입문을 통해 학교 건물로 진입했다. 평소에는 닫혀있는 문이지만 이날따라 열려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인은 화장실로 맞닿아 있는 4학년 교실 112호, 111호에 차례로 진입해 소총 100발 정도를 난사했다.
11시 35분, 경찰관 3명이 범인이 들어간 출입문을 통해 학교로 진입했고, 경찰관 4명이 추가로 도착했다. 그러나 111, 112호 문은 잠겨있었다.
12시 3분까지 경찰관은 19명으로 증원돼 복도에 배치됐다
바로 이 때 112호에 있는 한 학생이 911에 전화를 걸어 내부 상황을 전하며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진입하지 않았다. 현장 지휘관이 인질극으로 오인했다는 사후 경찰 발표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장비를 갖춘 전술팀 출동을 요청했다.
12시 15분 방패로 무장한 국경 수비대 전술팀이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현장 지휘관은 전술팀의 즉각적인 진입 역시 가로막았다.
국경 수비대는 당시 경찰의 현장 지휘는 잘못이라며 사후 뉴욕타임스에 제보하기도 했다.
복도에서 경찰관 및 국경수비대원 수십명이 대기하고 있던 동안 교실 안에서는 계속 산발적인 총성이 들렸다.
경찰은 12시 50분 학교 청소원에게서 건네받은 교실 열쇠를 이용해 그제 서야 교실에 진입해 범인을 사살했다.
범인이 교실에 진입한지 1시간 15분 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당초 경찰은 학교 경찰이 범행 초기 범인과 교전해 부상을 입었다며 허위 보고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레그 애봇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내게 보고된 부정확한 정보에 호도당했다. (경찰 대응에) 전적으로 분노한다"며 철저한 조사와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