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건'에 따른 김경수 전 지사의 중도 낙마로 10개월째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경상남도의 수장이 이제 며칠 후면 결정된다.
경남도정은 민선지사를 선출한 1995년부터 지금까지 5명 가운데 4명이 중도 사임하거나 임기를 채우지 못한 불명예 기록이 있다. 어느 시도를 보더라도 이런 유례를 찾기 힘들다. 권한대행을 한 행정부지사만 벌써 7명이다.
따라서 이번 도지사만큼은 코로나19로 지친 민생 경제를 챙기는 등 도정에만 집중할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경남지사 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 역시 이런 상황을 인식하듯 도정을 바로 세워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공약을 1순위로 내걸었다. 6·1 지방선거를 나흘 앞둔(28일 기준) 가운데 경남지사 후보들의 공약을 자세하게 정리했다.
민주 양문석, 김경수 도정 계승 '부울경 메가시티' 완성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기본이 강한 경남, 거침없이 양문석'을 구호를 간판으로, 전임 김경수 도정의 연속성을 추구하고 있다. 양 후보의 출마 선언문을 보더라도 '김경수'를 8번이나 언급하는 등 그의 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선거 공보물에도 "김 전 지사가 이루고자 했던 '완전히 새로운 경남'의 청사진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부울경 메가시티'의 성공이다. 1시간대 생활권이 가능한 교통 인프라 환경 조성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남부내륙철도·남해안고속화철도 조기 개통, 진주~울산 광역철도망 구축, 창원~김해~양산~울산 순환철도,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창원~동대구 고속철도·경전선 수서행 고속열차, 남해~여수 해저터널 조기 완공이다.
균형 발전은 덤이다. 최근 양 후보는 여전히 논란이자 뜨거운 감자인 도청사 진주 이전 카드를 꺼내 들며 서부경남 표심을 자극했다. 동일 생활권(의료·교통·문화·교육·관광)의 권역별 도시연합을 꾸려 도비와 특별조정교부금, 경남도 산하 공공기관 이전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진해신항과 가덕신공항, 동북아 물류플랫폼도 완성한다. 트라이포트(항만-공항-철도)를 연계한 배후권역 개발, 물류산업 육성, 연계 교통시설, 신도시 조성, 거가대교·마창대교 통행료 인하 등이다.
일상회복을 위한 긴급 경제대책 추진도 약속했다. 재난지원금 미지급 지자체 1인당 10만 원 지원, 소상공인 신용보증기금 확충, 지역화폐 구매 제한액 상향, 관광객 유치인센티브 전국 최고액 지원, 고용 취약계층 지원과 사회안전망 강화 등이다.
권역별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온종일 돌봄센터 시범 운영, 3~5세 완전 무상교육 등 저출산 대책과 어르신을 위한 인공지능 통합 돌봄 사업, 저소득층 어르신 틀니·임플란트 시술비·인공관절수술비 전액 지원, 18개 시군 어르신센터 설치, 치매전문병동 확충 등도 담았다.
18개 시군 청년마을 조성과 청년 패스 도입,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경남 유치, 청년문화예술인 5천 시간 지원 프로젝트 시범 도입 등 청년 정책과 서부경남 공공병원 조기 착공, 24시 아동응급실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설치 등으로 의료 격차도 해소한다.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경력단절여성 취업 강화, 여성 청소년 생리대 구입비 지원, 1인 여성 사업장 안심콜 설치 지원 등 여성, 그리고 안심숙소운영, 숙소 환경 개선, 비닐하우스 공기질 진단 의무화 등 결혼 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공약도 담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약은 기후인지예산제 도입 확대, 친환경 저·무탄소 선박 실증화 클러스터 구축, 수산물 가공산업 클러스터 조성, 원전해체기술 지원과 소형모듈원자로 연구 개발, 수소 경제 기반 구축, 제2재료연구원 조성, 미래차 산업전환 등이다.
경남을 방위·우주항공산업의 핵심 거점지역으로도 만든다. 항공MRO(정비) 경쟁력 강화, 항공우주청 설치, 클러스터 조성 등이다.
국힘 박완수, '경남투자청' 연간 10조 원 유치·12만 개 일자리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는 '경남이 키운 준비된 도지사'를 자신의 구호로 삼았다. 선거 공보물에도 "경남은 저의 삶이고, 모든 열정을 바쳐 고향 경남을 발전시키겠다"고 소개했다.
창원시장과 인천공항공사 사장 등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과 열정,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CEO형 행정 전문가'로 자신을 알리고 있다.
박 후보는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경남을 망가트린 정당이 민주당"이라며 "경남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도정 현안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으로 꼽았다.
대표적인 것이 '경남투자청'이다. 대·중·소 기업과 외자 등 투자 유치, 도로·철도·공항 등 인프라, 첨단 기술, 항공우주, 관광엑스포와 문화자원 유치 등을 총괄하는 지휘소(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서부경남 일원에 조성될 투자청(본부장급 청장 1명)은 내년 상반기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도민 1인당 소득 4만 불, 양질의 일자리 12만 개 유치, 현재 연간 5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10조 원으로 2배 끌어올릴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세제와 인허가, 여신 등에서 특례 적용이 가능한 '투자유치 특별자치도'로 만들어 경남을 대한민국 경제특구로 탈바꿈하겠다는 각오다.
수소·자동차·로봇·인공지능·사물인터넷·메타버스·차세대 소형원전을 경남형 7대 전략 기술로 육성하고, 창업의 본산으로 만들고자 '창업사관학교'를 설립한다.
남해안을 국제관광지로 만든다. 남해안 한 곳을 싱가포르의 '센토사'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고, 해양 국제박람회 개최, 장목관광단지 조성 조기 시행, 대규모 숙박시설·워터파크 유치 등으로 국내외 관광을 활성화한다.
도민의 안전과 생명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119·자치경찰·의료기관의 협업체인 종합지휘소(컨트롤타워)를 만든다. 서부경남 공공병원 등 권역별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와 의과대학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생활 복지 수준도 향상한다. 권역별 공공산후조리원 신설과 산후조리 비용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자부담 지원, 어린이집 간식비 증액, 권역별 장난감 도서관 신설 등 아이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만 65세에서 60세로 임플란트 지원 대상 확대와 경로당 등 운영비도 지원을 확대한다.
U자형 광역교통망도 구축한다. 주요 도시를 고속철도망과 도로망으로 연결해 광역 경제·생활권으로 만든다. 남부내륙철도 조기 완공, 거제~가덕 철도 연장, 진해신항선, 창원~동대구 고속철도, 남해~고성~통영~거제~부산의 주요 섬을 잇는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등을 추진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경남형 ESG(친환경·사회적책임경영·지배구조개선) 컨설팅 사업을 강화하고 친환경 차량 구입 지원, 노후 상수도관 교체 사업 등을 진행한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인구감소 특별회계'도 신설한다.
가야문화 복원 2단계 사업, 세계 민속문화축제 개최 등 경남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경제·사회·지역·행정 등 4대 구조 개혁으로 도정을 변화시킨다.
정의 여영국, 노동부지사·노동국 신설·공공의료 1번지
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일하는 사람들의 도지사'가 구호다.
노동자 출신의 여 후보는 '노동'을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 여 후보는 "일하는 사람을 우선하는, 노동의 가치를 우선 반영하는 정치와 행정을 만들어 내겠다"라고 했다.
태양광·풍력·배터리 산업 집중 투자, 제조업 고도화,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위원회', 월 20만 원의 농어민 기본소득, 공공급식지원센터 설립 등이 담겼다.
또, 머무르는 경남여행 특화 추진, 관광 마케팅 총괄 지휘소인 경남관광공사 설립, 상가임대료 상한제 도입, 공공배달앱 개발, 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 설립, 돈이 도는 지역 순환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지역재투자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이 사는 경남을 구현하고자 노동부지사와 노동국 신설이 눈길을 끈다. 노동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감시단을 운영하고 중대재해 책임 기업에는 관급 공사 입찰을 제한한다. 주 4일 시범 실시와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동시간단축위원회'도 구성한다.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 확대, 읍면동 사무소를 통합돌봄센터로 기능 전면 개편, 경남형 주치의제, 아동·청소년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병원비 연간 100만 원 상한제 도입, 창원대 공공의대 신설, 청년 가구 월세 지원, 공공임대주택·공공자가주택공급 등이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재추진, 인권보장조례를 차별금지 및 인권증진조례로 강화, 도지사 직속 젠더담당관 설치, 버스 교체 때 친환경 저상버스 100% 도입, 반려동물 공공보건소 설립,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 등으로 행복한 경남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후 위기와 녹색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고자 2030년까지 도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지,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탈탄소경남전환위원회와 경남녹색에너지전환공사 설립, 낙동강보 철거 로드맵, 동남권광역교통공사 설립, 동남권 순환철도 전철화, 부울경 광역급행버스와 통합환승할인제도, 반값 대중교통 정기권인 '부울경패스' 등을 진행한다.
도민 고충 전담기구인 '도민고충처리위원회' 설치, 주민참여 기본조례 제정, 각종 위원회 회의록 공개 의무화 등 주민참여 확대로 도정을 혁신한다.
통일 최진석, 경남을 친환경 전기차 메가시티로
통일한국당 최진석 후보는 '친환경 전기차 산업'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경남을 하나의 초광역적 전기차 메가시티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GM·테슬라·애플·소니 등의 해외 CEO를 만나 전기차 생산·수출기지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도지사 집무실 옆에 18개 시군의 투자와 수출을 상담할 바이오 접견실 18개를 만든다.
국가급 산업단지 규모의 귀농단지를 36만 호를 조성하고, 귀촌단지도 18만 호를 만든다. 청소년·노인 자립형 전기차 트레일러 숙박시설로 조성한다. 경남 수출자유지역을 9곳 정도 선정해 1곳은 마산수출자유지역 규모로 조성하고, 세계에도 20곳에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경남의 역사와 문화, 다양한 스토리텔링 소재를 테마로 한 국제적인 영화, 드라마, 게임, 에니매이션 제작 연구개발 센터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홍길동, 진주대첩, 섬진강·남강·낙동강 스토리, 처녀뱃사공 등을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임기 내에 5개를 제작하고, 넷플릭스·유니버셜스튜디오·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의 핵심 연구개발 센터를 임기 내에 도내 국립공원 인근에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