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정신 '번쩍'나게 한 '참모' 누구였나?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
"참모 말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런 말은 여성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
윤 대통령, 교육부·복지부 장관, 식약처장 3명 다 여성 인사 발탁

NSC 회의 결과 브리핑하는 강인선 대변인. 연합뉴스

#1.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가진 윤석열 대통령과 참모진들의 티타임 시간.

윤 대통령이 말문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 데 그 중 여성이 있었다.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다. 보통 공무원들의 오랫동안 누적된 근무평가가 터무니없는 건 아닌데"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에 한 참모가 "여성이라 불이익을 받았을 거다. 대개 남성 위주의 조직에서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이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2. 이날 국회의장단과의 만찬 접견에서 여성 최초 국회 부의장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 부의장이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젠더 갈등'"이라며 "그거 심각한 문제다. 선거 때는 표에 유리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아주 진지하게 들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품의약안전처장에 모두 여성 인사를 발탁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참모와 김 부의장이 트리거(방아쇠)가 되어 윤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은 "대통령은 자신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면 쉽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스타일"이라며 "이번에도 뭔가 생각이 바뀌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 바로 실천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측근은 "대통령은 여성에 대해 편견 자체가 없으신 분"이라며 "'참모'의 발언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행동에 옮긴 것 같다. 평소에도 여성을 존중하는 분인데 선거 과정에서 왜곡되게 전달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 그 '참모'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강인선 대변인. 연합뉴스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의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의장단 만찬을 언급하며 그 '참모'가 김대기 비서실장이냐고 묻자 강인선 대변인은 아니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서는 의장단 만찬 접견을 언론에 공개하며 그 참모가 강 대변인임을 알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강 대변인은 한사코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모는 "자기를 드러내지 않더라"며 "반듯한 사람"이라고 강 대변인을 치켜세웠다.

강 대변인은 "안팎에서 문제제기가 있었고, 그 중에 하나였을 뿐"이라며 "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런 말은 여성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30년 이상 활동한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국제통'이다. 여기자가 흔치 않은 1990년 입사해 워싱턴 특파원·논설위원·워싱턴지국장·외교안보 국제담당 에디터 등 요직을 거친 언론인 출신의 내공있는 '직언'이라 윤 대통령의 정신을 '번쩍'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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